이날 오전 9시께 남동구 구월동 인주로. 수도권 지역에 눈이 내린다는 뉴스를 듣고 아침 8시께 출근길에 나선 회사원 김윤명(36·연수구 동춘동)씨는 꼬리를 물고 있는 긴 차량행렬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국이 제설작업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출근차량들이 몰리면서 도로가 아예 주차장으로 변한 것. 또 도로 곳곳에서 발생한 접촉사고에다 뒤늦게 눈을 치운다며 나온 제설차량들이 뒤엉켜 차량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평소 30여분 걸리는 남동구 만수동 사무실에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다.
평일 출·퇴근시간 상습 정체구역인 서구 가정동~신곡동 구간 서곶로의 사정도 마찬가지. 경사진 도로에 살얼음이 얼어 차량들이 헛바퀴를 돌다가 미끄러지면서 접촉사고가 잇따랐다. 차량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오전 11시쯤에야 눈이 녹으면서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이밖에 경원로(승기사거리~십정사거리)와 구월로, 인주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 대부분이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남모(42·남동구 구월동)씨는 “회사에 지각을 한 후 시청에 항의전화를 했더니 교통혼잡을 우려해 제설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며 “시와 구의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눈은 금세 그쳐 그나마 교통체증이 오래 가지 않았지만 앞으로 눈이 더 많이 내리는 날엔 큰 문제라며 일선 구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노폭 20m 이상 간선도로(154.9㎞)의 제설작업을 담당한 시가 지난 10월 겨울철 설해예방대책회의를 열고 '시가 모든 간선도로 제설작업을 담당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작업 구간의 대부분을 각 구·군으로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는 구·군(일부 제외)에 염화칼슘살포기와 인력(운전기사 1명) 등을 지원하고 제설작업 책임구간을 설정, 출동시간 단축과 함께 동시다발적 제설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 그러나 이날 제설작업은 엉망이었으며 각 구에선 한정된 제설장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시 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