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주산(主山)인 문학산(해발 213m)은 그렇듯 인천의 상징이자 뿌리다. '비류백제' 2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인천의 태동과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유·무형의 자연혜택을 베풀어 온, 인천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인천엔 비록 큰 산과 내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정감어린 산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학산은 '맏형' 격이다. 그래서 인천사람들은 문학산을 인천의 진산(眞山)으로 꼽는다.
문학산은 산봉우리가 마치 사람이 배꼽을 내놓고 누운 형상을 하고 있어 예전엔 '배꼽산'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문학산계를 중심으로 인천이 발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백제건국의 비류설화에 따르면 졸본부여에서 비류·온조 두 왕자가 남으로 내려와 온조는 위례성에, 비류는 미추홀에 각각 도읍을 정했는데 미추홀의 도읍지가 바로 문학산이다.
지리학자들도 인천의 지형은 계통적으로 두 줄기의 산맥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산맥의 한 줄기는 남동주향(南東走向)의 산계. 광주산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계통으로 인천시내 중앙을 관통하면서 불규칙한 구릉지를 형성하고 있다. 문학산을 중심으로 시내 한복판에 솟은 응봉산(현재의 자유공원)과 도원산, 수봉산 같은 50m대의 구릉성 산지들이 그런 형태다.
또다른 하나는 마식령산맥을 형성하는 남북주향(南北走向)의 산계. 천마산, 국사봉 등 500m급 준봉으로 시작해 김포반도의 문수산, 강화도의 마리산을 세운 뒤 인천시계로 들어와 계양산과 철마산을 아우르고 있다.
문학산을 중심으로 한 옛 인천의 읍지와 함께 계양산을 중심으로 한 부평지역이 인천 역사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도 그 때문인 듯싶다.
특히 문학산 일원은 예부터 관교동(官橋洞)이 중심지 구실을 했다. 백제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지역을 다스리는 지방관청과 향교 등이 위치한 곳이라 그런 지명을 갖게 됐다는게 향토사학자들의 설명이다.
문학산의 총면적은 430여만㎡로 남구와 연수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 선학동과 청학동, 연수동으로 이어지면서 북쪽으로 학익동과 관교동에 걸쳐있다.
특히 문학산 자락을 둘러싼 산과 마을엔 옛적부터 두루미가 찾아 들었다고 해서 '학(鶴)'자가 든 이름이 유난히 많다. 청학(靑鶴), 승학(昇鶴), 선학(仙鶴), 학익(鶴翼) 따위의 산과 동네 이름들이 그것이다.
날씨가 맑은 날 문학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인천 앞바다와 함께 팔미도, 무의도, 용유도 등 여러 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아울러 동쪽으론 소래산을 비롯해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북쪽엔 도호부청사와 향교를 안고 있는 송학산 사이에 펼쳐진 들판 가운데 인천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길마산, 수리봉, 연경산, 서달산 등이 동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져 능선길이만 약 6㎞에 이르고 있어 인천 남부지역 동서 녹지축을 구성하는 중심지 노릇을 하고 있다.
산의 연륜과 규모에 걸맞게 문학산에는 수령 30년 이상된 갈참나무와 노린재나무, 둥글레 등 100여종의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까치, 꿩,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등의 조류와 꽃뱀의 일종인 '유혈목이', 포유류인 청설모 등 20여종의 동물도 서식한다.
그러나 개발정책의 미명 아래 갈수록 산림훼손이 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문학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연수구 옥련동 시립사격장 뒤편과 선학동에서 오르는 길과 남구 학익동 일대 연경산을 거쳐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하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는 선학동 길마재에서 베겟골 약수터를 거쳐 오르는 길이지만 불행하게도 등산객들은 정상까지 밟을 수 없다. 해방 이후 산의 정상을 미군기지로 사용하다 군사지역으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정상 바로 아래 지점에서 철조망에 둘러싸인 채 단절되어 있다.
등산객들은 그 대신 문학산 중턱을 거쳐 인근 연경산과 수리봉 등을 등정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다음 시는 문학산을 바라보는 인천 토박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란 아파트 옥상 너머초르스름한 나무들그 위에늙은 게의 다리 같은레이다가 졸고 있다. 언제부턴가봉수대와 레이다를 시합시키고 싶은환상에 사로잡혔다. 교실에 있을 때나공상에 젖어있을 때도봉수대와 레이다는적의 기습과 함께내 뇌리를 맴돌았다. 문득 문학산 낮은 곳에 올라서니봉수대 자리엔 군 바라크 건물꿈 속에서 용감했던 레이다는시커먼 독거미가 되어눈망울을 굴리고 있었다. 차라리 더 먼 곳에서 쳐다볼 것을….”(김기영의 '문학산을 바라보며')
◆ 문학산의 역사유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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