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없는 의원들(上)
시민단체들은 기본적인 양식을 갖추지 못한 자질없는 의원들 때문에 기초의회를 파행 운영하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개인의 감정만 앞세워 동료 의원과 주먹 다툼을 벌이거나 공무원들에게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의원들도 그런 부류다.
지난달 동구의회 의장실에선 구의원이 구 간부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말썽은 의장실에서 송모(47) 의원이 기획감사실장 강모(53)씨에게 “2000년부터 최근까지의 기획감사실 근무상황부와 연간 감사계획서, 감사공무원 출장복명서 내역을 요구했는데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일어났다. 강 실장이 “지방자치법상 안건의 심의와 직접 관련된 서류가 아니라 응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송 의원이 이를 무시한 채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공무원들은 폭행사건에 대한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며 집단으로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시정요구서를 통해 “폭력을 행사한 송 의원의 행위는 일시적인 우발사건이 아니라 전체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라며 “송 의원은 의회를 통해 공개 사과하고 앞으로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는 적법절차에 따라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10일 계양구 신청사 준공식장에선 김모(48) 의원이 동료의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을 황당하게 했다. 신청사 개축과 관련해 기념품을 제공하는 문제로 다른 의원들과 갈등을 빚던 김 의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해 6월25일에는 남동구 추경예산을 심의하던 김모(51) 의원이 구 간부 공무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었다. 이날 심의회에서 구 간부가 총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교부세 편성에 대해 논란을 벌이자 김 의원이 발언권도 얻지않고 일어나 “네가 의원을 무시하느냐”며 욕을 했다. 김 의원이 동료들의 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총무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포하고 김 의원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했다.
민원을 해결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기는 의원들도 자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검은 지난 18일 부평구의회 이모(48) 의원을 폭력·공갈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 의원은 지난 2000년 2월 부평구 산곡동 H연립재건축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조합장 김모씨와 시공사 관계자에게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겠다”며 김씨한테 300만원을 받는 등 두 차례에 걸쳐 620만원을 챙겼다가 말썽을 빚자 돈을 다시 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7월에는 서구의회 송모(48) 의원 등 3명과 시민대표, 공무원 등 11명이 청라도 소각장 건설과 관련해 일본 소각장 견학을 다녀오면서 시공업체에서 여행경비를 받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시공업체인 S중공업이 구의원의 여행경비에 보태라며 공무원에게 200만원을 주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돈을 다시 돌려줬지만 한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은 “추태를 부리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기초의원들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자질없는 후보들을 철저히 가려내 떨어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의회 이대로 좋은가] 툭하면 폭력 의회파행 일쑤
입력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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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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