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지검 형사5부장실. 인천시교통법규준수추진협의회 위원장인 성시웅(成始雄) 부장검사를 비롯해 인천시청, 지방경찰청, 도로교통안전협회, 대중교통 관련협회 이사장·임원 등 추진위 관계자 10여명이 모였다.
이날 안건 역시 '불법 주·정차 행위를 근절하자'는 것이지만 참석자들의 자세와 회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협의회 활동 이후 거리질서가 좀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한동안 규정을 어기고 아무데나 차를 세운 운전자들에 대해 경고장만 차량 유리에 붙였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선 상습적으로 불법 주·정차를 하는 운전자와 건물 부설주차장을 멋대로 용도변경해 사무실, 식당 등으로 임대한 건물주 등을 무더기로 사법처리했다. 이런 강경한 협의회의 의지는 회의 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모든 시민들이 월드컵을 맞아 깨끗한 인천 만들기에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제도시는 말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일부 시민들은 주차장이 없는데 단속만 하면 대수냐면서 볼멘소리도 냅니다. 하지만 이제 운전자들은 차를 갖고 나갈 때 당연히 주차비와 함께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거리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주·정차 행위를 뿌리뽑아야 합니다. 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이날 참석자들의 생각은 다양했지만 목표는 같았다. 결국 회의는 월드컵을 앞두고 단속강화를 통해 불법 주·정차 행위를 근절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불법 주·정차 행위를 일삼는 '얌체운전자'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의가 끝날 무렵 협의회 지휘부를 운영해 온 형사5부 이영우(李永雨) 부부장검사는 '주차질서 확립운동 추진결과 및 성과'를 보고했다. 보고서는 성 위원장이 다른 업무를 제쳐두고 10여일간 직접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협의회 구성 이후 '교통법규, 저부터 지킵니다' 스티커 부착운동에 관내 100인 이상 기업체와 운수업체 등 50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각 기관·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천시의 지원으로 경고장 7만장을 제작해 불법 주·정차 차량 계도용 스티커로 사용했고, '주차질서 확립방안' 책자 500여부를 만들어 시민, 기업, 관공서 등지에 배포했다.
계도기간(2001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에는 인천시청 231명, 소방본부 822명, 구·군 1천429명, 인천경찰청 2천354명 등 연인원 4천836명을 동원했다.
계도기간을 거친 후 올 초부터는 강력한 단속을 벌여 상습 불법 주·정차 행위자 3명을 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건물의 부설주차장을 불법 용도변경해 사무실, 식당 등으로 사용한 건물주 62명(2명 구속, 60명 불구속)을 적발했다.
성 위원장은 “불법 주·정차 행위를 일삼는 얌체운전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단속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시민들이 법을 지키려는 의식을 다져 나가야 거리질서를 확립해 깨끗한 인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