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신포동에서 자유공원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올라서 성공회 내동교회의 붉은색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4층짜리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관장·유재성)이 나온다. 소외된 이웃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복지관 앞에 서면 인천항을 비롯해 동인천 등 구도심 일대가 한 눈에 쏙 들어와 전망이 아주 좋다.
지난 6일 오후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2층 사무실. 복도 한 벽면에 겨울캠프 때 찍은 아이들의 사진이 벽면 하나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3층 강당에선 노인들을 위한 체조교실이 열리고 있다. 재치있는 강사의 말과 행동에 수강생들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강사의 몸놀림에 따라 신나게 체조연습을 한다. '복지관'이란 형식적인 이름보다는 '사랑방'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93년 재단법인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설립한 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은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런 성공회의 뜻은 이미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서민들의 치료를 위해 성공회 고요한 주교와 의사 랜디스 박사가 인천 최초로 근대식 병원을 설립한 '성누가병원'의 전신이 바로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은 가정,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들의 복지사업과 후원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6명, 장애 특수교사 3명 등 모두 13명의 직원과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꾸려간다. 연간 이용자만 14만여명. 이용객 수로 보면 중구 전체 주민이 1년에 두번 정도 이곳을 찾은 셈이다.
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은 개관 때부터 정신지체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특수교육을 받은 2명의 교사가 자폐아동과 언어장애 아동 등 33명을 교육한다. 자폐아동의 특성상 '1대1'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당 한 시간씩 1주일에 2~3차례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도 장애복지 교육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대기중인 장애아동만 30여명에 이른다.
유재성 관장은 “토요일에는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 등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며 “자폐아동들의 행동이 워낙 거칠고 가르치기가 힘든데도 자원봉사자들이 열과 성의를 다하는 것을 보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복지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봉사활동을 다양하게 벌인다. 자원봉사자와 전담 직원이 관내 거주 독거노인을 위해 아침과 점심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또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에는 노인 120여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복지관이 보살피는 노인가정은 200여 세대. 청소, 세탁, 반찬지원, 집안일, 병원동행, 외출동행·이미용봉사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약값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사회복지사들이 '1일 호프집'을 열어 모은 돈과 성공회 내동교회에서 바자회를 개최해 받은 1천만원으로 노인가정에 난방용 기름을 사서 전달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45명과 함께 강화도 유적지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적은 인력으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라는 게 복지관 관계자의 얘기다.
김수희 사회복지사는 “현장학습과 동아리지도, 문화행사 등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늘진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