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시혜' 차원에서 벗어나 기초생활서부터 자활까지 아우르며 '생산적 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관이 있다.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관장·한효순, 동구 창영동 42)이 그 곳으로, 지역특성에 맞고 주민들의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맞춤복지'를 지향한다.
기독교복지관을 찾으면 먼저 건물 뒤편에 복지관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여선교사 합숙소가 눈에 띈다. 140여평 규모의 이 합숙소(지상 2층 지하 1층)는 붉은 벽돌로 지은 북유럽 양식의 건축물로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 보호를 받고 있다.
복지관 입구 한편엔 의류·신발·서적·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알뜰매장을 마련했다. 장애인복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상품 분류에서부터 판매까지 직접 담당하는 매장이다. 물론 모든 수익금은 훈련생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14일 하루 판매를 맡은 박성재(26)씨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국 감리교 헬레보일즈 선교사를 중심으로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1949년 창립한 기독교복지관은 선교사업과 함께 사회사업을 벌여 왔다. 인천지역 복지관의 효시였다. 6·25전쟁으로 몇년간 휴관했다가 56년 4월 다시 문을 연 직후엔 구제사업과 여성계몽운동에 주력했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가장 절박한 것은 먹을거리였고, 아울러 '여성이 변화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사업을 펼친 배경이었다.
이어 기독교복지관은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지역·가정 등으로 복지사업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지금은 각종 사업의 프로그램만 90여가지에 이른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기독교복지관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게 장애인복지 분야다. 장애인보호 작업장, 직업준비훈련센터, 주간보호센터 등이 그런 프로그램. 특히 직업준비훈련센터에선 사회기술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정상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지하철 이용하기 등 일상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을 익히는 훈련이다. 장애가 심한 중증장애인은 주간보호센터에서 옷입기, 머리감기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부터 배운다.
장애인복지를 맡고 있는 이규강(28)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생활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익혀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약물남용 예방교육, 학교 미적응 학생 향상 프로그램 등 학교사회사업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환경의식은 어려서부터 싹을 틔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련한 환경교육과 환경지킴이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기독교복지관은 올해를 끝으로 정든 둥지를 떠난다. 내년에 종합사회복지관이 한 곳도 없는 서구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복지관측은 올해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힘쓰기로 했다. 물론 복지관이 이사한 후에도 복지사업은 창영감리교회에서 계속한다.
“단순히 건물만 지역에 있는 게 아니라 사업자체가 지역주민과 호흡하고 주민속으로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복지관에 대한 인식전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순히 구제사업을 펼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예산지원도 늘려야 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후원제도의 생활화가 절실합니다….”
한효순 관장이 강조하는 지역 사회복지관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