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萬月山) 정상의 팔각정(만월정)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시(詩)는 만월산의 유래와 전설, 미래에 대한 기원을 축약하고 있다.
남동구 간석동에 솟아 있는 만월산의 본래 이름은 주안산(朱雁山)이다. 이 산의 흙과 돌이 모두 붉은 빛(朱)이고 산의 형국이 기러기가 나는 것 같다(雁)고 하여 주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인천의 대표적인 땅 이름인 '주안'(朱安)은 바로 이 산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안산은 그 후 주안산(朱岸山)으로 쓰이기도 했다. 1861년 간행한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朱岸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근세에는 원통산(圓通山) 또는 선유산(仙遊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산이 만월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32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행하던 보월(普月)스님에게서 비롯했다고 전해 오는데, 동쪽에서 만월을 바라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월산의 높이는 해발 187.1m. 빠른 걸음으로 정상까지 오르내리는데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만월산은 많은 매력을 풍기는 산이다.
먼저 산 앞자락에 자리잡은 약사사(藥師寺)는 그윽한 향불냄새와 풍경소리, 목탁소리로 등산객들에게 산사(山寺)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여기에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비롯해 등산로를 따라 일정간격을 두고 설치한 각종 체육시설과 벤치 등 편의시설도 많은 시민들이 만월산을 찾게하는 요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시내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애용되기도 했다.
이 산은 동쪽으로는 만수산, 서쪽으로는 십정동, 남쪽으로는 간석동, 북쪽으로는 원통이 고개로 이어진다.
만월산은 인근 주민들에겐 '약산'으로 불린다. 이 근방에 옛날부터 좋은 약수가 많이 나왔으며 그 물을 먹으면 병이 나았다는 것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산의 서쪽 기슭에는 향기가 나는 돌우물이 있었고, 여기서 나오는 물은 약수로 안질과 종기에 특효가 있었다고 한다. 세종 26년(1444년)에는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 물맛·향기·약효 등을 자세히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약사사 안에 있는 약수 또한 인근에서 유명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물통을 들고 찾고 있다.
만월산을 오르는 길은 약사사 쪽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부평사거리 쪽에서 오르는 길, 간석동 벽산아파트 쪽에서 오르는 길 등 여러 갈래가 있다. 마치 인생을 산에 비유해 사는 것도 여러가지이니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라는 비유인듯 싶다.
약사사쪽 등산로에서 등산을 시작하는게 보통인데, 오르는 길이 통나무 계단으로 돼 있어 여유로움을 더해준다.
서너차례 땀을 훔치고 정상에 올라서면 아파트단지와 도로 빌딩이 얽혀있는 인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론 바가지같은 봉분이 질서정연하게 펼쳐진 부평공원묘지가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하산하는 길을 팔각정과 TV전파 수신을 위해 세운 철탑 사잇길을 택하면 잔잔한 솔밭을 지나 가천 길대학 뒤편 약수터에 닿는다.
정자와 운동시설을 갖춘 산뜻한 약수터지만 지금은 물이 말라 찾는 이가 없다. 지난 9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질검사 성적서가 약수로 유명한 이 산의 전설을 퇴색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만월산을 오르고 나서 등산로 입구 포장마차에서 파는 칡즙을 한잔 마시는 것도 괜찮다. 칡즙을 마실 때 인진쑥환 10여알을 손바닥에 털어주는 포장마차 주인의 후덕한 인심은 칡즙값 1천원을 아깝지 않게 한다. 간혹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노인들이 소주 한병을 달랑 차고 포장마차에 들어와 오뎅국물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는 게 포장마차 주인의 얘기다.
포장마차에서 만난 김모(63·남동구 구월동)씨는 “등산을 한 뒤 칡즙 한잔을 마시는 재미에 일요일이면 만월산을 찾는다”며 “만월산은 궂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어 등산에 힘이 부치는 노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월산 아래에선 산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도 눈에 띈다. 우선 등산로 입구쪽에 원색의 돌출간판으로 치장한 술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초행길 등산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만월산에선 등산객들에게 웃음을 파는 여인들의 애환을 그린 이문열의 소설 '귀두산에는 낙타가 산다' 속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