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172m에 불과하지만 급경사와 암석으로 수직정상을 이루고 있으며 주변이 해안에 접한 낮은 지대로 색다르고 고도감을 느끼게 하는 청량산.
“인천의 명산, 청량산이 이제 우리의 손에 의해 그 명맥을 다하려 한다. 15만 인구가 새롭게 들어 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2천여 각종 공해공장이 운집한 남동공단이 산의 생기를 차단하더니 왕복 10차선 아파트 진입로는 애처롭게 숨결을 교환했던 문학산과의 연결고리마저 끊어 놓았다. 육지속의 '녹색 섬' 청량산의 운명이 풍전등화다.”(박병상)
 송도유원지를 감싸고 있는 청량산(淸凉山)은 과거 금자로 땅을 재는 형국이어서 척량산(尺量山), 또는 청룡산(靑龍山)으로도 불렸다.
 동국여지승람엔 산의 경관이 수려해 청량산이라고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산이름은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면에 위치한 청량산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기상변동을 심하게 받아 가끔 산 전체가 안개로 뒤덮이는 경관을 종종 볼 수 있다.
 산의 높이는 해발 172m에 불과하지만 급경사와 암석으로 수직정상을 이루고 있고, 주변이 해안에 접한 낮은 지대여서 색다른 고도감을 느끼게 한다.
 연수구 옥련동과 청학동, 동춘동 등 3개 동에 걸쳐 있는 청량산의 면적은 65만7천㎡로 산 전체를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했다.
 산주위의 교통여건을 보면 북쪽에 청학로(A)가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엔 동춘로가 아암로(C)와 연수로(B)를 연결하고 있다.
또 일송로엔 최근 터널이 뚫려 남구 학익동과 청학동, 동춘동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문학산을 둘로 나눈다. 동북쪽엔 수인선이, 동쪽으론 인천도시지하철 1호선 공사가 진행중이다.
 산의 식생으론 신갈나무·상수리나무 혼효림이 26.9%를, 나머지(71.8%)는 아카시나무림과 리기다소나무림, 낙엽활엽수 혼효림 등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림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낙엽활엽수혼효림은 현사시나무, 물오리나무, 참나무류 등이 함께 자라는 군집으로, 인공수종과 자연수종과의 경쟁이 활발한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다. 생태적 천이의 발전단계에 놓여 있다는 게 식물학자들의 설명.
 그러나 각종 개발에 따라 동식물의 연결로를 차단한 때문인지 인근 문학산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혈목이와 청솔모 등의 포유류와 양서·파충류는 멸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비둘기 등 몇몇 조류와 곤충류가 서식하고 있을 뿐이다.
 청량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동춘동 연수성당과 시립박물관에서 시작하는 등산길 등 5~6개에 달한다. 이중 '시립박물관→정상→범바위약수터→포망골약수터→오부자약수터→뱀사골약수터→연수성당'을 경유하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밖에 '호불사→병풍바위→포망골약수터→오부자약수터→정상→뱀사골약수터→연수성당'에 이르는 코스와 '흥륜사→송도선원→정상→뱀사골약수터→연수성당'을 거치는 단축코스도 있다. 소요시간은 대부분 1시간 이내.
 특히 청량산 주변엔 청학공고 등 30여개의 초·중·고교가 몰려 있어 선생님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과 가을철 학교수업이 끝나면 청학동이나 동춘동쪽에서 시작해 시립박물관이나 호불사쪽으로 내려가는 퇴근길 등산객도 적지 않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산은 또 약수터가 많기로 유명한데, 모든 등산길에서 1~2개의 약수터는 반드시 거치기 마련이다.
 산 중간지점에 있는 호불사를 거쳐 남쪽에서 능선을 넘어서면 '범바위 약수터'에 도착한다. 바위의 모양이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무당들이 드나들며 굿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호불사에서 우측으로 오르면 평평한 지점에 마치 깎아 세운듯 벼랑을 이룬 '병풍바위'를 만난다. 이곳 약수가 유명해 이른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병풍바위를 지나면 일제시대 때 일본군이 연못을 만들어 이를 표적삼아 포사격 훈련을 했다는 '포망골'에 이른다. 약수터 위엔 포탄을 맞았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는 바위덩이를 볼 수 있다.
 원래 절 이름이 '청량사'였던 흥륜사 뒤로 능선을 타고 넘어서면 동편에 작은 계곡이 있다. 이 골짜기를 따라 산책로가 나 있어 100여m쯤 내려가다 보면 생수가 솟아 오르는 5개의 약수터가 나오는데, '뱀사골약수터'다. 과거에 뱀이 많아 붙은 이름으로 산책로엔 많은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깨끗하고 소박한 '오솔길' 이미지를 그대로 풍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해지는 저녁무렵 정상에 올랐을 때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안의 낙조가 압권이다.
 주민의 이용빈도가 높아 정상 부근과 능선부는 등산로 훼손이 심각한 상태지만 영종도와 팔미도를 비롯한 인천 앞바다의 여러 섬들이 한눈에 들어와 청량산 등산의 백미로 꼽힌다.

◆ '청량산 살리기 시민모임'은…
 지난 94년 3월 결성된 '청량산 살리기 시민모임(상임대표·하석용)'은 인천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는 25쌍의 부부가 공동대표를 맡아 죽어가는 청량산을 살리자며 출발했다. 청량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