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함께 가야 한다

“기초의회 출범 10년이 지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나름대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지는데 한몫 했다고 자부합니다.”
재선의원인 신병희(61) 남구의회 의장의 '자평'이다.
기초의회는 출범 이후 파벌조장, 이권개입, 혈세낭비, 형식적인 의정활동 등 갖가지 부정적인 행태로 비판을 받아 왔다. 심지어 '있으나 마나한' 의회라는 극단적인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정에 반영하는 등 지역발전에 일조(一助)했다는 것이 기초의회 의원들의 주장이다. 기초의회가 바람직한 활동을 벌인 사례를 중심으로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시민운동 참여=지난 1월 전국 최초로 '부평 미군부대 이전을 위한 주민투표 조례'를 제정한 부평구의회가 구의 재의 요구를 거부,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하는 일이 벌어져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구의회가 주민투표 조례를 재의결했는데도 자치단체장이 이를 공포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평가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의회상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지난 2000년 한국도로공사가 경인고속도로 남동구 톨게이트를 설치, 통행료를 징수하려고 하자 구의회가 들고 일어났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폐지 인천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박승희(49) 서구의원은 “통행료 폐지운동에 남동구, 서구, 부평구, 동구, 남구의원, 인천의제 21, 경실련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등 대대적인 투쟁을 벌여 성과를 거뒀다”며 “기초의회가 주민과 함께하는 의회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의회가 국회의원들의 세비인상 철회를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구의회는 99년 국회의원들이 연봉을 무려 14.3%나 올리려고 하자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발, 낙선운동과 위헌심판 청구소송까지 내겠다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발로 뛰는 의원들=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기초의회 의원들도 있어 박수갈채를 받는다. 서구의회 김인두(44)의원은 30년이 넘도록 주민들이 요구해 온 가좌3동 신현대아파트~가좌1동 서울가스충전소간 굴다리 인근 지역에 대한 보도육교 설치 민원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김 의원은 연명서를 받기 위해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시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힘을 쏟은 결과 올해 시에서 7억5천만원의 예산을 따내 주민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김의원은 “주민과 함께하는 기초의회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에서 이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됐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성원이 있었기에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에게 다가가는 기초의회=현재 인천지역 10개 구·군의회는 모두 '신문고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하진 못했지만 구청별로 한달 평균 10~20건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어 앞으로 의정운영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의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기초의회 의원들이 주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을 때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다”며 “부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상당수 기초의원들이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쓰고 있는 만큼 제자리를 잡아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