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최신시설을 갖추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형 사우나가 속속 문을 열면서 시민들의 '밤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형 사우나는 인근 동네 목욕탕의 폐업이나 전력 과소비 등을 유발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함께 낳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오후 11시께 남동구 간석동 'D사우나 24시'. 남탕과 여탕 사이 가운데 층에 마련한 남녀 공동 사우나시설엔 입욕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이들은 새벽이 가까워 오는데도 마치 밤을 잊은 듯 황토방에서 땀을 빼거나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우나내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캔맥주 등 술을 마시는 이용객들도 많다.
주부 김모(35·남동구 간석동)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가족 단위로 이 곳을 찾아 푹 쉬었다가 새벽 3~4시에 집으로 돌아간다”며 “사우나가 생기고 나서 가족의 여가생활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욕객 이모(33)씨는 “부부싸움을 한 뒤 아내가 집을 나가 어디에 있나 한참 찾았는데 사우나에 있었다”며 “24시간 영업하는 사우나가 생기고 나서 특히 주부들에게 갈 곳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24시간 사우나가 새로운 밤 문화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동네 목욕탕은 손님을 빼앗겨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사우나에서 100여m 떨어진 Y목욕탕은 사우나가 들어선 후 결국 휴업안내문을 출입구에 붙여야 했다.
동네 목욕탕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치열하다. 중구 신흥동의 S목욕탕은 인근에 대형 사우나가 들어서자 거액을 들여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에 나서기도 했다.
(사)한국목욕업중앙회 인천시지회 관계자는 “인천에 50여개의 24시간 사우나가 성업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들 사우나 인근의 목욕탕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24시간 사우나는 대부분 연중무휴로 운영해 전력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모(40)씨는 “사우나에서 밤새도록 입욕객들이 물을 펑펑 쓰고 불까지 환하게 켜놓아 전력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주 1회나 월 2회만이라도 쉬는 날을 정해 영업을 하도록 유도, 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