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4시 부평구 산곡동 한화마트 앞에서 10여명의 여성들이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전단을 열심히 나눠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공감을 표한 뒤 도로 한편에 마련된 서명대에서 서명을 했다. '촌지 없는 산곡동 만들기 학부모, 교사, 시민 선언문'이 이들이 나눠준 용지.
이들은 '부평여성회' 회원들로 '전교조 인천지부 초등부평지회, 중등북부지회' '부평권리선언운동본부' '부평청년회' '인천연대 산곡지구' '인천교대 총학생회' '월간 산곡동' '산곡동 어깨동무 공부방' 등과 함께 촌지 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길거리 캠페인을 비롯 가가호호 방문도 마다않고 펼치는 이 운동은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부평지역 주부 등 170명의 여성으로 구성한 '부평여성회'는 지난 17일 부평신협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촌지 근절 운동'이 이들이 펼치는 공식적인 첫 사업인 셈.
그러나 이들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부평지역 기혼여성의 생활실태 및 의식조사' '실직자녀를 위한 여름학교' '더불어 배우는 문화교실' '쓰레기 봉투값 인하운동' '주부 인터넷 정보사냥대회' 등 아주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촌지근절 운동'도 지난 1~2월 부평지역을 중심으로 예비학부모 강좌를 진행한 결과, 이미 근절됐으리라 생각했던 촌지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이것이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한 게 계기였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은 제도와 권력, 성차별로 인해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는 누구에 의해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 되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나설 때만 지켜집니다.”
김영미(37) 회장은 “회원 중에는 10년동안 집하고 친정밖에는 나가본 적이 없다는 주부도 있지만 이들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부평여성회가 탄생하게 됐다”며 “부평여성회는 여성의 당당함으로, 아줌마의 삶의 지혜와 힘으로 동네를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어가기 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제 창립총회와 함께 총회, 감사, 운영위원회, 사업단, 사무국, 15개 지회 등 조직을 정비하고 여성의 열정을 발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동네청소, 마을잔치 등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비롯, 컴퓨터 경진대회 등 여성교육사업,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과 공부방 운영 등 주민복지사업, 여성문화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테마기행 등이 올해 이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들.
출범 초기부터 지역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부평여성회'에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