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는 인천 문학경기장의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한·중 국가대표 평가전과 본경기를 앞두고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몇차례 경기장 안팎에서 행사가 열린 후 확인한 결과 경기장 내외부 곳곳이 지저분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관람석 뒤편 배수구의 경우 각종 쓰레기가 버려진 채 고인 물이 썩어가고 있는 상태다. 17번 관람석 입구는 분리수거를 위해 마구 쌓아놓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때 수거하지 않은 페트병이나 컵라면 용기 등이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며 경기장을 더럽히고 있는 것. 입구 바로 옆 정수기는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을 정도였다.
13번 관람석 입구의 방문자용 안전모 보관함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손을 대면 손이 시커멓게 변한다. 11번 관람석 입구 청소도구함은 텅 빈 채 열려 있다. 또한 경기장내 월드컵 축구공 모형을 본뜬 조형물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등 훼손된 채 방치하다가 아예 철거해 버렸다.
화장실도 지저분하다. 바닥 타일이 안보일 정도로 흙이 널려 있고 변기는 물이 내려가지 않기 일쑤다. 변기콕을 누르자 이내 변과 뒤섞인 시커먼 물이 바닥으로 넘쳐 흐른다.
바로 옆 여자화장실의 경우 이용자가 없는데도 2곳이나 안에서 문이 잠겨 있고 과자 부스러기와 컵라면 용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다.

경기장 내부도 마찬가지. 경기장 관람석은 먼지가 쌓여 색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고 여기저기 음료수 캔과 김밥 용기가 버려져 있다.
관람석 뒤쪽 배수구에는 빗물이 고여 있고 일부에선 관람석까지 물이 넘칠 때도 있다. 케이블 동막구조를 떠받치는 기둥 밑엔 쓰고 남은 것으로 보이는 볼트와 너트가 쌓여 있다.

월드컵 참가국의 국기를 내건 게양기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파라과이 국기는 아예 바닥에 떨어진 채 방치하고, 폴란드 국기는 돌돌 말려 있어 국적을 분간하기 어렵다. 경기장 주변에 설치된 일부 전화부스엔 전화기는 없고 먼지만 쌓여 있다.

야구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매표소 입구 'Yes Mart' 편의점 주위엔 페트병과 아이스크림 봉지가 널려 있고 인근 화장실 바닥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둘러보았다는 박신애(24·여)씨는 “어떻게 이런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월드컵이 코앞에 닥친 만큼 손님맞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