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예방대책이 허술하다. 교통법규를 잘 모르는 유치원생들이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빈발하는가 하면, 상당수 초등학교·유치원의 통학로엔 인도도 없이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유치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예방교육에 나섰을 정도다. 남동경찰서는 29일 오후 동부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관내 유치원교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특강'을 실시했다. 이날 특강은 지난 3일 남동구 논현동 D슈퍼마켓 앞길에서 김모(4)군이 길을 건너다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등 이달 들어 관내에서 2명의 어린이들이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연령 및 시간대별로 분석한 자료를 내놓고 어린이가 당하기 쉬운 교통사고 사례를 소개한 뒤 어린이의 행동특성과 도로횡단 방법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각종 교통사고로 해마다 19살 미만의 청소년 41명(3년 평균)이 숨졌다. 지난해엔 15~19세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7세 이하 15명, 8~14세 6명 순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4~8시(11명)와 낮 12시~오후 4시(10명) 사이에 절반이 넘는 21명이 숨져 등교길보다는 하교길 윤화(輪禍)로 목숨을 잃는 청소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에 참가한 만수동 영도유치원 전영희(27)교사는 “강의를 들어 보니 어린이 교통사고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며 “무단횡단에 따른 사망률이 높은 만큼 아이들 보행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윤환(48) 서장은 “어린이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3~5월에 집중돼 특강을 마련하게 됐다”며 “반응이 좋아 모든 유치원을 대상으로 정기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은 최근 서울과 부산 등 6대 광역시와 9개 도 등 전국 3천125개 초등학교·유치원의 통학로 위험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42.5%가 '매우 위험'(10.4%)하거나 '위험'(32.1%)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안실련에 따르면 통학로 보·차도 경계턱과 경계선의 경우 설치한 곳이 60.1%였지만 설치하지 않은 곳도 39.9%에 달했다. 또 과속 방지턱이나 학교지역 안내표지판이 없는 곳도 각각 27%, 21.8%나 됐고 학교 주변 불법 주·정차 정도에서도 37.6%가 '매우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주변 이면도로의 일방통행 지정 여부 조사에선 아직도 양방 통행(79.6%)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방통행으로 지정된 도로는 8.3%에 불과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경우 40%가 아직 설치하지 않았고, 통학로에 상가물품 등 노상 적치물이 쌓여 안전 통행에 지장을 주는 곳도 31%에 달했다.
안실련 허억 실장은 “통학로에 차도만 있고 인도가 없는 곳이 전체 조사학교 중 40%에 이를 정도로 보·차도 경계턱, 과속방지턱 등의 안전시설이 부족했다”며 “내년부터 교통사고 예방에 쓰일 연 7천억원 이상의 교통범칙금 등을 학교 통학로 개선사업에 우선 사용하고 선진국처럼 1경찰, 1학교 전담제를 도입, 교통사고를 제대로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학길 어린생명 앗아간다
입력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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