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필요한 것 같지 않은데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찬조금을 내라니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자녀가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한모(45)씨는 지난달 초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학교 학부모회 임원이 전화를 걸어 “교사들과 식사하는데 필요하다”며 20만원의 찬조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거부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송금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의 불법 찬조금 모금이 여전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인천지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말 현재 상담과 전화접수 등을 통해 인천지역 각급 학교에서 불법찬조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학교가 15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학교발전기금의 조성·운용 및 회계관리에 관한 규칙'을 보면 초·중·고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 외에 어떠한 명목으로도 찬조금을 조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학교발전기금도 일정액을 할당하거나 최저액을 설정하는 행위, 사전에 납부 희망액을 신청받거나 직·간접적으로 찬조금을 요구·강요하는 행위 등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급 학교에서 음성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학부모들에게 찬조금을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된 실정이다.

M중학교(남동구 만수동)의 경우 얼마 전 강제로 찬조금을 모금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이 학교는 심지어 학교운영위원들을 학부모회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면서 회비 50만원씩을 걷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D고교(남동구 만수동)는 어머니회를 통해 학년별 회장에게 100만원씩, 임원에게 50만원씩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C중학교(연수구 연수동)는 학교장이 학부모 자생단체를 대상으로 운동부 육성을 위해 지원금이 필요하다며 학년회장에게 80만원씩, 회원에게 20만원씩을 받았다. D초등학교(산곡동 부평구)는 학부모회, 체육진흥회, 급식후원회에서 각각 15만원씩 찬조금을 거뒀다.

이처럼 상당수 학교에서 교사들의 식사비나 교내 환경정리, 운동부지원 등의 명목으로 찬조금을 수시로 거둬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으나 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인천지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학교발전기금 모금이 늘어나거나 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많은데도 각급 학교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찬조금을 받으면 심각한 교육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교육청은 철저한 조사와 감시·감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