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구요?”
요즘 사회활동을 하는 주부들에게 “가정에서 살림이나 꾸리지, 무슨…”같은 소리를 했다간 큰 코 다친다. 그 만큼 가사일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을 계발하고 개성을 찾고픈 욕구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동구여성합창단'(회장·윤현숙)은 그래서 모였다. 비록 집에서 살림하는 '아줌마'들이지만 무언가 자신을 위해 할 일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창단했지만 단원을 뽑기까지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단 4개월 전 '스무살 이상 마흔다섯살 미만의 남동구 거주여성으로 성악에 재능이 있으면 된다'며 모집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그리 쉽게 모이지 않았다.
노래에 소질이 있는 주부들을 수소문한 끝에 80여명이 지원서를 내고 전문가를 초빙해 공개 오디션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애초부터 성악에 '재능'을 가진 주부들을 가려 뽑는다는 게 무리한 발상이었을까?
선발기준을 수정하기로 했다. 발성기능에 문제가 없고 '노래가 좋아 끝까지 매달려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주부면 우선 선발하기로 했다. 옥(玉)이 원래 돌이었듯 안되면 될 때까지 갈아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가능성 있는 주부들을 모았고 그 결과 마흔한명의 단원이 모였다.
이 때부터 맹연습에 들어갔다. 연습 전에 스트레칭 체조와 복식운동 등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본격적인 발성 연습에 돌입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초등학교 때부터 반복해 온 음계인데도 주부 단원들의 음성은 제각기 달랐다. 한달이 지났을까. 발성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화음을 맞춰 연습한 노래가 트로트곡인 '아빠의 청춘'. 음표 해석도 늦고 연습도중 몇몇 주부가 '노래방 스타일'로 불러 연습장이 돌연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지만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 갔다.
드디어 창단식이 예정된 3월7일 구청 7층 회의실. 200여명의 주민 앞에서 '추천가' 등 6곡을 노래하는 창단공연을 했다.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대성공'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들의 실력은 빠르게 소문이 번져 한달여 뒤인 4월5일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01프로야구 개막식' 행사에 초대받아 2만여 관중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게 된다. 이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된 합창단의 행보에 가속이 붙었다.
매주 수·금요일 오후 2시를 연습날로 정하고 2시간씩 노래연습에 열중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 점심상 차려주고 설거지 끝낸 뒤 부랴부랴 연습실에 모여들었다.
연습곡도 'Top of the world' 등 올드팝에서부터 '내마음 깊은 곳에' 등 가곡으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공연요청이 쇄도해 그 해 12월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질 때까지 '제1회 월미음악축제', '소래포구 축제' 등 10회의 공연을 벌였다.
올해엔 지난 6월11일 월드컵 축구대회로 수만명의 외국인이 인천을 찾은 가운데 '인천월드컵플라자' 무대에도 섰고 7월엔 정기연주회도 공연했다. 지난달 18일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선 '결식학생돕기 열린음악회'를 열어 공연 수익금 2천여만원을 295명의 결식아동에게 전달했다. 소외된 아이들을 보듬기 위해서였다.
윤회장(42)은 “노래를 통해 가정과 지역사회를 밝고 화목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며 “앞으로 관내 노인정과 복지회관을 돌며 정성껏 마련한 레퍼토리를 들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모임을 찾아서 - 남동구 여성합창단] 레퍼토리는 '이웃사랑'
입력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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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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