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S대학을 졸업한 K(24)씨는 아직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우울하다. 자연히 친구들과의 만남도 꺼리게 되고 매사에 자신이 없어진다. '이런 꼴 보려고 대학까지 공부시켰냐'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요즘은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구청이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곤 있지만 마음이 무겁다. 강사자격증이 없는 탓에 그는 단순 실내사무보조 요원으로 분류돼 1만9천원(교통비 3천원 별도)의 일당을 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쓸순 없다는 생각에 공공근로사업에 나가긴 했지만 학창시절 꿈꿨던 졸업 이후 '장밋빛 청사진'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현실에 낙담하기 일쑤다.
S씨(22)는 “이래저래 눈치도 뵈고 해서 졸업 이후로 미뤘던 군 입영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공공근로사업에 저학력 소외계층만 참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쩐지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P(34)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96년 S대학을 졸업한 그는 졸업과 함께 D생명 기획홍보 부서에 입사했다. 하지만 상사와의 마찰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처음엔 '나 하나 일할 데 없겠냐'며 자신만만했지만 여러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재취업을 하기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궁리끝에 P씨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동사무소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마냥 놀수는 없고 뭔가는 해야겠는데 마땅치 않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B(32)씨도 '박사 실업자'가 넘치다 보니 한달 전까지 모 민간단체에서 공공근로를 했다. 일자리가 생겨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 그는 “이 단체에서 공공근로사업을 하는 17명 중 15명이 대졸 이상자고 그 중 2명이 석사학위 소지자”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공공근로사업에 고학력 실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인천시가 3단계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로 선정한 2천789명 중 ●초졸 이하 1천163명 ●중졸 603명 ●고졸 699명 ●전문대졸 84명 ●대퇴 이상 240명이었다. 2단계 참여자 4천143명중에는 ●초졸 이하 1천723명 ●중졸 930명 ●고졸 1천65명 ●전문대졸 129명 ●대퇴 이상 296명으로 집계됐다.
또 경인지방노동청이 올 상반기에 실시한 실업자 재취업 훈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인지역 전체 직업훈련생(8천867명) 중 전문대졸 이상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8.6%(3천419명)에 달했다.
시 관계자는 “고학력 공공근로 참여자가 많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임시방편이 아닌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실업자 구제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근로 고학력자 많다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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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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