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소속 실업팀 예산 횡령 사건은 그동안 얼마나 팀을 비합리적으로 운영했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훈련 예산이 감독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지만 팀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해야 할 담당 공무원은 손을 놓고 있었다. 체육계에선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짚어본다.

▲원인 및 실태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급하는 훈련 예산 등의 사용 권한을 시가 해당 감독에게 일임해 왔다는 데 있다. 정작 선수들은 본인에게 얼마의 숙식비가 지급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다수 선수들은 훈련 예산 중 상당부분이 '감독님'의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줄 알고 있었을 정도다.

문제를 키워 온 것은 제도상의 허점. 공무원 1명이 9개 실업팀 운영을 도맡아 왔다. 그나마 담당 공무원은 인사때마다 바뀌었다. 업무를 파악할만 하면 다른 부서로 옮기곤 했다.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 1명이 전지훈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계획된 전지훈련 일정은 제대로 소화하는 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억4천만원이 넘게 책정된 전지훈련비와 각종 대회 출전비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지급한다는 이유로 영수증 처리 등 정산절차를 밟지 않았다. 수백만~수천만원씩 지급하는 우수선수 유치비 사용도 감독에게 전권을 줬다. 예산 사용을 감독의 양심에만 맡긴 셈이다.

전지훈련도 감독의 마음먹기에 따라 진행됐다. 상당수 팀이 예정된 전지훈련의 절반밖에 소화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렇지만 남는 전지훈련비가 반납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모두 감독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99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해당 감독 1명이 사퇴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재발방지책은 세우지 않았다. 시가 일을 키운 꼴이다.

구속된 김모(56) 감독은 전지훈련비를 횡령한 것 이외에도 유명 선수를 유치하면서 써야할 우수선수 유치비 500만원을 개인용도로 챙기기까지 했다.

사용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9개 실업팀 감독 중엔 2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이도 있다. 경찰 수사가 지난 해를 기점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횡령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대책

시청 소속 실업팀은 매년 전국체전 종합득점의 10%(3천여 점) 정도를 얻어 인천의 전체적인 전력을 뒷받침해 왔다. 각 군·구 실업팀 창단을 선도하는 구실도 충실히 했다.

인천 체육의 중심에 있는 시청 실업팀을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29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9개 실업팀을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 1명이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등 다른 시·도처럼 체육 전문기관에 실업팀 운영·관리를 위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체육 전문가로 하여금 9개 실업팀을 총괄하는 '총감독제'의 도입도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예산 현황을 미리 알려줘야 하며 훈련비와 우수선수 유치비 등의 예산은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 현재 남녀 종목별 정원제로 묶고 있는 것을 단체종목을 제외한 개인종목의 경우엔 남녀를 불문하고 우수선수를 유치할 수 있는 'PULL-TO'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