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보다 운동화가 어울리는 산'.

인천시 남구 학익동 백학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제2경인고속도로 교각 사이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천의 진산(鎭山) 문학산과 연결된 연경산(衍慶山·남구 학익동 산 68의2)이다.

가현산~계양산~만월산~상아산~관모산~문학산~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인천지역 S자형 녹지축에서 인천 남부지역의 중요한 녹지대를 이루는 산림이다.

잘 정돈된 주차장을 지나 연경산 초입에 들어서면 고속도로 교각을 경계로 농구장과 족구장 게이트볼장이 맨 먼저 눈에 띈다. 바로 위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차량의 소음이 다소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운동을 하기엔 손색이 없다. 또 다른 한편엔 교각을 기둥 삼아 천막을 두른 실내 배드민턴장이 조성돼 있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나 산을 침범하면서까지 무병장수하려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욕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감도 없지 않다.

연경산의 산 밑자락 상당부분은 이미 제2경인고속도로로 인해 침범당한 상태다.

이 때문인지 제2경인고속도로 바로 아래 등산로 입구 양쪽에 버티고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은 마치 두 눈을 부릅뜨고 '더 이상 침범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연경산은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다른 산에 비해 비교적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룬 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경산은 한마디로 '등산화'보다는 '운동화'가 어울리는 산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체육공원을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 1993년부터 2년에 걸쳐 연경산 일원 11만672㎡에 '문학 레포츠 공원'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등산객들은 깔끔하게 단장한 등산로를 따라 등반을 하다 마주치는 체력단련시설과 극기훈련시설 등으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

이 산에 설치된 체력단련시설은 20여종. 또 2개 코스 24종의 극기훈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가톨릭 환경연대'가 가꾼 생태탐방로는 어린이들이 즐겨찾는 환경교육의 현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생태탐방로에선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수수꽃다리, 오리나무서부터 들꽃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나무와 식물을 접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산의 높이가 해발 213m로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30~40여분이면 된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등산할 수 있다는 점도 일상에 바쁜 현대인에게 많은 시간 들이지 않고 산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요소다.

대도시 생활권역내에서 산세가 수려하고 경사도가 완만한 축에 끼는 연경산은 이처럼 가족·단체·남녀노소 등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산책로와 산림욕장을 지나는 사이 이따금씩 나타나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이마에 맺힌 약간의 땀방울을 훔치며 정상에 다다르면 팔각정(연경정자)이 나타난다. 팔각정에 올라서면 무엇보다 항구도시 인천이 확연히 느껴진다.

영종도, 용유도, 무의도 등 서해 앞바다에 두둥실 떠있는 섬과 항구, 그리고 월미도 일대와 인천국제공항이 정감있게 다가온다.

동쪽은 문학산이 가로막아 논현동 일대 평야지대는 보이지 않지만 동남쪽으로 멀리 소래산이 보이고 장수산 일대의 관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인천의 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아이들에게 지리를 설명해주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해질녘 이 곳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해뜰 무렵의 모습도 장관을 연출하는데 문학산을 배경으로 안개가 깔릴 때면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연경산을 이야기할 때 '사모지고개'를 빼놓을 수 없다. 사모지고개는 문학산과 연경산 사이에 있는 고개로 옛날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이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갈 때 이 고개를 넘어 지금의 송도 옥련동에 있던 능허대로 나아가 그 곳 한나루에서 배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

이 때 사신들은 이 고개에서 멀리 배웅나온 가족들을 바라보며 '모두들 잘 있거라' '그동안 잘 있거라' “다녀올게 잘 있거라'라고 크게 말한 뒤 고개를 넘어섰다. 이처럼 세번 부르는 고개라 하여 '삼호현'(三呼峴)이라 불렀는데, 바로 사모지고개의 어원으로 풀이된다.

◆ 연경산 레포츠공원에는

'연경산에 웬 인천국제공항?'

연경산에 오르다 보면 인천국제공항을 만난다. 급경사를 이용해 비행기 착륙 때와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극기훈련 시설이다.

연경산의 문학레포츠공원은 이처럼 다양한 극기훈련 시설과 체력단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극기훈련 제1코스(고급난이도)

극기훈련 제1코스는 '아마존 정글 건너기'로 시작한다. 밧줄에 묶인 원형목재의 균형을 잡아 빠르고 신속하게 건너는 시설로 일종의 준비운동 코스인 셈.

다음으로 깊은 계곡을 연상케 하며 상쾌한 모험심을 느낄 수 있는 '그랜드캐니언'과 체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