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사둔1리를 찾은 연구수 사회단체회원들이 사라진 비닐하우스 자리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문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이나 찍고 돌아가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따뜻한 인정을 베풀어 준 인천시 연수구 주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전국을 강타한 태풍으로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가운데 11일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주민 2천여명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여성봉사단체 '우리모임'과 연수원로모임, 호불사 신도회, 고려대 경영대학원 인천교우회 등 4개 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이 구와 지난 2000년 자매결연한 삼척시민을 돕기 위해 수해복구 지원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척시민을 향한 연수구 주민들의 도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일 구가 5t 트럭 3대 분량의 생수와 쌀 100부대를 전달한데 이어 6일엔 구노인회와 체육회, 재향군인회 등 10개 사회단체가 쌀 95부대와 라면 46상자(500만원 상당) 등을 보냈다. 또 12일엔 4개 사회단체와 공무원 30여명이 2박3일동안 복구작업을 지원한다.

회원들이 탄 버스는 이날 오전 6시에 인천을 출발했다. 대형 화물트럭과 냉동차량이 각각 1대씩 따라 붙었고 이들 차량엔 컬러 TV와 전화기, 이불 및 밥솥 등 50여종 900여점에 달하는 가전제품과 생활·주방용품이 가득 실렸다. 회원들이 낸 성금 1천460만원을 모아 마련한 위문품으로, 특히 이학수산(대표·윤희원)에선 끼니도 거른 채 망연자실한 주민들을 위해 냉동차량에 김치와 불고기, 냉동만두 등 식료품을 싣고 성금 200만원을 냈다.

오전 11시30분 삼척시청에 도착한 회원들은 위문품과 성금을 전달한 뒤 “이번 폭우로 우리 시에서만 2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는데 재산피해액이 무려 467억여원에 달한다”는 김일동(63)시장의 설명을 듣고 곧장 미로면으로 향했다.

미로면은 마을 전체가 완전침수돼 9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삼척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시청문을 나선 뒤 10분여쯤 달리자 완파된 가옥과 두동강난 교량, 산사태로 마을 전체를 뒤덮은 흙더미 등 수마가 할퀴고 간 처참한 현장이 나타났다.

버스에서 내린 회원들은 사둔1리 김광하(53)이장의 지시를 받아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쓰러진 배나무 등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땅에 묻힌 쓰레기를 치울 때마다 메케한 흙먼지가 났고, 밭에서 재배하던 시금치와 쑥갓 등 각종 채소류 썩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아무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진흙이 채 마르지 않아 발을 디딜 때마다 무릎까지 빠지는가 하면, 별도의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하는 작업인지라 이들의 옷은 곧 땀으로 흠뻑 젖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까지 복구작업을 벌이던 회원들의 눈가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오후내내 회원들의 모습을 지켜 본 이 동네 부인회장 이춘자(61)씨로부터 따뜻한 감사 인사를 받았기 때문. 이씨는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은 물론, 음식을 만들 솥과 연료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회원들이 모두 가져왔다”며 “수해복구 작업이 끝나면 오늘 묵묵히 땀을 흘려준 여러분들을 초대해 꼭 저녁대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