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식사 준비해서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뒤 집안청소, 저녁 무렵이면 그날 찬거리 걱정에 다시 아이들과 남편 맞을 준비…'.

우리 나라 평범한 가정 주부들이 겪는 일상생활의 단면이라고 얘기한다면 '아줌마'들을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것일까? 연수구 봉사단체인 '우리모임(회장·엄옥식)'은 이렇듯 설거지와 집안청소 등 가정 살림에 익숙한 30명의 아줌마들이 모여 지난 8월23일 만들었다. 물론 회원 모두 연수구에 거주하는 30~50대 가정주부다.

처음엔 지역에서 개별적인 모임과 봉사활동을 하다 알게 된 주부들끼리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는 시간을 쪼개, 모여서 차 한잔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자녀 교육에서부터 주부들의 건강문제, 가정에 보탬이 되는 생활정보 교환 등 막힘없는 얘기꽃을 피웠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모임에 참가하려는 주부들이 꼬리를 물었고 이때부터 '주부로서 좀 더 가치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정 살림에 충실하되 남는 시간을 이용해 '우리'보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자는 뜻에서 이름도 우리모임으로 했다.

회칙도 정해 '연수구에 거주하는 만 25세 이상된 여성으로서 협동심과 봉사정신 투철한 사람'으로 회원의 자격을 못박고 회원수도 30명 이내로 제한했다. 여기저기서 회원으로 가입하게 해달라는 거센 요구도 받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조용히, 말없는' 봉사활동을 벌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은 모임을 꾸린 이후 매월 셋째주 월요일 월례회를 갖고 봉사활동 계획을 논의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매달 2만원씩 내는 회비는 모두 적립해 큰 돈을 만들 작정이다.

지난달 11일 회원들은 모임 결성 이후 첫 봉사활동을 벌였다. 구와 자매결연한 강원도 삼척시에서 태풍으로 인해 26명이 사망·실종됐고 재산피해액이 무려 467억여원에 달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임시모임을 소집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이 140만원이나 됐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그리 넉넉한 살림을 꾸리는 게 아니었지만 여유가 있는 회원은 조금 더 내는 등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생활 형편대로 모은 금액이었다.

가옥이 완전 침수돼 덮고 잘 이불과 입을 옷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입한 구호물품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또 삼척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로면을 방문해 구슬땀을 흘리며 재해 복구작업을 돕고 돌아와 현재 회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모임은 앞으로 무의탁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과 결연해 이들을 보살피는 자원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흔히 연수구를 '인천의 강남'으로 얘기하지만, 아직도 회원들의 주변엔 자식과 부모들에게 버림받고 그늘진 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웃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회원들이 모두 아줌마들인 만큼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여권신장 운동도 펼칠 생각이다.

엄회장(56)은 “회원들이 모두 주부들이라 활동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며 “거창한 계획보다는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봉사활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