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8시께 남동구 간석 5거리 일대 유흥가. 각종 음식점과 단란주점, 노래방 등이 밀집한 이 지역은 지주 및 돌출 간판 등 온갖 간판이 내걸려 있어 '간판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건물 벽면이나 유리창도 간판으로 도배하다시피 해 빈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의 사정도 마찬가지. 유동광고물은 모두 불법인데도 각 업소들은 반라의 여성을 그린 비닐기둥(Air light)과 입간판을 설치해 일부 구간에선 보행이 어려울 정도다.
이날 오후 9시께 중구 신포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인근 유흥업소에서 내건 대형 입간판들이 인도와 도로를 가로막은 채 통행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업소는 높이 2m, 폭 1m가 넘는 대형간판을 도로변에 세워놓고 낯뜨거운 선정적인 문구까지 적어놓아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구청은 단속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업소 관계자들은 “밤이면 대형 입간판을 먼저 내놓으려는 종업원들끼리 다툼도 자주 일어난다”며 “얼마전엔 다른 업소 종업원끼리 싸움을 벌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김모(46)씨는 “입간판에 전원을 연결하기 위해 수십m씩 전선을 연결해 자칫 행인들이 감전 될 수 있는 사고 위험이 높다”며 “영업을 위해 행인들의 안전까지 무시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계양구 계산상업지구와 남구 주안역 인근, 연수구 송도 등 인천지역 대부분의 유흥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간판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기도 한다. 부평구의 경우 하반기에만 인터넷을 통해 9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주민 위모씨는 지난 7일 “부개역 인근에 설치된 불법 렌터카 간판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을 몇차례 제기했는데 구가 단속을 미루고 있다”며 “도대체 언제쯤 처리해 줄 것이냐”고 따졌다.
지난달 '불법간판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기한 김모씨도 “아파트 인근 불법 간판때문에 밤마다 불빛이 들어와 수면을 방해받고 있다는 민원을 몇달전에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구청에서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자치단체의 불공정한 단속활동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연수구 동춘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성모씨는 지난 1일 “구가 지난 7~8월 4층이상의 모든 상가 건물의 불법 간판을 철거한다고 수백만원을 들인 간판을 뗐다”며 “그러나 옆 건물에 위치한 미인클럽이나 단란주점 간판은 하나도 철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불법 신고가 들어오면 과태료 부과, 철거 등의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단속 인력에 비해 불법 간판이 워낙 많아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