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7시30분께 남구 용현 5동(일명 토지금고) 농협지점 버스정류장 앞 도로. 두 대의 버스가 오가지도 못한 채 20여분간이나 마주 서 있었다. 버스 뒤로 택시와 승용차들이 길에 늘어선 채 연방 경적을 울려댔다. 불법주차 차량이 편도 1차선 도로 양쪽을 점유한 바람에 버스가 통행하지 못해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인 것이다.

비슷한 시각 인근 하나로마트 앞 사거리. 버스 한대와 승합차가 사거리에 엉켜 있었다. 농협쪽에서 금호2차 아파트 방면으로 좌회전하려는 버스가 주변에 불법 주차한 차량 때문에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좁은 틈사이로 승합차가 끼어들면서 차량이 뒤엉키고 말았다.

“아예 버스 노선을 없애든지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하든지 무슨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S운수 소속 운전사 김모(56)씨는 “오후 시간대에는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도저히 운행할 수 없다”며 “도대체 단속은 언제 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이렇게 법을 지키지 않는 동네 주민들은 버스를 태워줄 필요가 없다”며 화를 냈다.

용현5동 주택가 일대가 불법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3~4년 전부터 이 일대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재래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다 보니 일반 승용차량과 물건을 납품하려는 화물차들이 도로 양쪽을 점유하면서 차량 통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 곳을 통행하는 노선 버스만 해도 3번, 14번, 16번, 36번, 517번, 519번 등 6개나 돼 오후 시간이면 도로 곳곳이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특히 한양아파트와 농협 구간도로, 금호2차아파트-하나로마트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밤낮 가릴 것 없이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도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단속은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 정도에 그치고 있어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차량지도 활동을 벌였지만 법적 단속권한이 없는 터라 한계에 부딪혀 없애고 말았다. 수년 사이 차량 통행이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도로가 좁아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데다 얌체 운전자들이 불법 주차를 일삼아 교통체증을 부추기고 있다.

이 곳을 통행하는 버스회사 운전사들은 “오전 시간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적은데다 출근 시간 이후라 차량 통행이 뜸하다”며 “실질적인 단속을 하려면 오후 3시 이후부터 오후 9시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할 남구청은 일과 시간 이후에는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작 극심한 체증을 빚고 있는 퇴근시간에는 주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주민들과 교통 관계자들은 이 곳을 일방통행로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래시장의 상권을 확보하고 부족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도로 한쪽을 유료주차장으로 조성하고 블록별로 일방통행로를 지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이 일대 주변에는 마땅한 주차장 부지도 없고 워낙 통행량이 많아 지도·단속을 하는데 한계를 안고 있다”며 “일방통행로 지정은 아직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데다 교통흐름과 편의성 조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