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가 적발돼 한동안 사라졌던 다단계 판매업체가 인천지역에서 최근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체의 설립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지만 물품강매 등으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다단계 피해사례와 수법, 그리고 그 대책을 짚어본다.

▲피해사례

주부 정모(43)씨는 지난해 초 친구의 소개로 다단계 판매에 발을 들여놓았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직원의 설명을 들은 정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정씨는 보너스를 받기 위해 남편과 함께 새벽 1∼2시까지 친척과 친지들을 찾아다니며 4개월만에 1천3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팔았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보너스가 높아진다는 말에 800여만원어치의 제품을 카드로 구입해 부족분을 채웠다. 정씨 부부는 늘어난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다단계 판매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 퇴직한 이모(64)씨도 D 다단계 판매업체에 가입해 물건을 사면서 카드로 결제한 돈 1천800만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밑에 회원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말에 친구들을 끌어들여 이들의 물건값까지 지불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9월 이 업체에서 탈퇴했지만 회사 측은 두 달이 넘도록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다단계 수법

지난 18일 인천중부경찰서에 적발된 W사는 다단계 판매사업 등록을 하지 않고 이온수기, 생활용품 등 22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게 하는 조건으로 62명에게 총 1억3천640여만원을 불법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대표 최모(41)씨는 지난 6월 다단계 판매업 등록을 한 이후에도 판매원들에게 가입비 명목으로 50만원 상당의 이온수기 및 생필품을 구입하게 하는 등 최근까지 145명의 판매원들에게 1억1천250여만원을 강제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경찰에 붙들린 L사 대표 윤모(48)씨도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다단계 유통회사를 설립한 뒤 주부 등 판매사원 1천600명을 모집해 1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윤씨는 다단계 판매업을 등록한 후 가시 오가피 등 30여종의 건강식품을 판매하면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주부 판매사원을 모집해 1인당 가입비 132만원씩 받았다. 윤씨는 이들 판매사원들에게 판매를 가장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지급하고 1인이 2명의 회원을 확보하면 30만원의 모집 수당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모집자를 불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되는 불법영업 대책은 없나

다단계판매 회사들은 단속 이후에도 이름과 장소만 바꿔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이 구속되면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고위 직급자는 자신의 조직을 통째로 데리고 나가 새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다단계 판매업체가 '새끼’를 치는 일반적인 수법이지만 불법이다. 이들 '새끼 업체'들은 회사 설립 등록에 필요한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원들에게서 물품대금을 미리 받아 마련하는 수법을 쓰고 있지만 이것 역시 불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에서 다단계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인원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다단계 판매업체의 등록요건과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