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사할린동포들이 처음 치르는 대통령선거 투표를 이틀 앞두고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 등을 살펴 보고 있다.
“고국의 대통령을 뽑기 위해 처음으로 한표를 행사한다니 마음이 설렙네다.”

17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삼산주공아파트 104동 704호에 사는 사할린동포 백석기(68)씨는 이틀 앞둔 대통령 선거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사할린 동포 2세로 지난해 5월 부인 윤금옥(64)씨와 영구 귀국해 이곳에 거처를 마련한 백씨는 처음으로 치르는 고국의 대통령선거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후회없는 선택을 위해 지금까지 진행된 대선 후보들의 3차례 합동토론회와 선거 공보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등 신중하게 준비해 왔다.

사할린에선 펜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시했지만 이곳에선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 이외에는 투표절차가 다를 게 없다. 그는 “그동안 여러가지를 비교해 보고 마음에 드는 후보를 결정했다”며 “부인 역시 후보를 결정한 것 같은데 절대로 입밖에 내지 않아 누구를 찍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백씨와 함께 영구 귀국한 105동 608호의 김정순(62)씨 역시 사할린에서의 투표방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

그녀는 그동안 TV를 통해 대통령 후보들의 합동토론회를 지켜 보면서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삼산주공에는 지난해 5월 영구 귀국한 뒤 19일 처음으로 대통령선거 투표를 앞두고 있는 사할린동포 75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국민이 돼서 처음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부평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을 위해 지난달 22일 직접 삼산복지관을 찾아 사할린 동포들에게 모의 투표를 하게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