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관련한 환경규제는 해마다 대폭 강화되고 있으나 환경개선을 위한 시설자금 등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업체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환경규제는 오염 정도에 상관없이 지역마다 획일적으로 적용해 기업의 지방분산조차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인지방환경관리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기업의 폐수배출 중 그동안 규제가 없던 총인(T-P)과 총질소(T-N)의 배출허용기준이 적용되고 오는 2004년 1월부터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연간 고체연료 1만t 이상 사용사업장에는 굴뚝에 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로 감시하는 TMS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 내년 7월에는 악취방지법이 제정돼 민원 발생때를 제외하고 그대로 방치해왔던 악취문제에 대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며 오는 2005년부터는 오염총량제 실시로 모든 기업들이 오염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같은 환경정책을 지키기 위해서는 업체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의 시설비를 신규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자금력이 없는 업체들은 기업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곡물과 생선분말을 혼합해 사료를 생산하는 신촌사료(주)(인천시 서구 마전동)는 올해 2억여원을 들여 네덜란드산 악취저감(에어록스) 장비 1대를 들여왔다. 이 회사 총무부 김형일 차장은 “악취 규제가 강화되고 민원도 잦아 1억8천만원을 들여 저감시설을 설치했지만 공장이 협소해 설치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시설비를 투자할 만큼 자금력이 있는 업체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레미콘과 아스콘 제품을 생산하는 제일산업개발(주)(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경우 택지개발지구내에 위치, 이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신규 시설투자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전체 생산공정의 40%에 달하는 아스콘 생산을 포기하고, 레미콘 생산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리부 고중하 과장은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한다지만 그에 따른 시설투자는 업체에 떠넘겨 영세 사업장들은 문을 닫을 처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인천 서부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회변화에 따라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업체 사정을 감안해 시설자금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