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우해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관식(48) 인천지체장애인협회 중구지회장의 하소연이다.

이 지회장은 “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어려워 돈을 주고 사무실을 얻을 형편이 못되는데 사무실을 비워달라고만 하니 어쩌면 좋겠냐”고 되물었다.

지회 관계자들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옛 인천여고 건물이 신축계획인 중구보건소의 주차장으로 사용된다는 소식에 요즘 한숨만 내쉬고 있다.

사무실이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데다 지체장애인들이 건물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휴식처와 재활교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년 300만원 미만의 정부지원금은 체육대회 행사비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회원가입비 1만1천원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때 내지 못하는 회원들인터라 사무실 이전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에 사정을 호소하려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한달이 넘도록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30분도 못내준다니 말이 됩니까.”

김대영(51) 사무국장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국장은 “다른 건물을 철거하고도 충분히 주차장 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왜 굳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회 관계자들은 현재 사용하는 건물이 아직 낡지 않아 리모델링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에 요구한 상태다. 중구지역에 장애인 관련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복지차원에서라도 지금의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버스도 1대 밖에 되지 않아 필요할 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목욕서비스차량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중구는 나이가 많으신 지체장애인들도 많아 복지시설이 시급합니다.” 김 국장의 얘기다.

현재 중구지역에는 2천800여명의 지체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회에 가입한 장애인은 320여명. 지회차원에서 전기콘센트를 조립하는 자립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나마 이것도 소득으로 인정돼 보조금혜택에서 제외돼 장애인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회는 올해부터 재가장애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과 장애인 자녀를 돌봐주는 주간보호시설, 물리치료실 등을 포함한 재활센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구보건소 신축으로 인해 사무실을 이전해야 한다는 소식에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지회 관계자들은 “정부가 장애인복지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구청만 찾아가도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구청 민원실에 설치한 휠체어 비탈길도 너무 좁고 경사가 높아 혼자서 올라가기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건물이 워낙 오래돼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수 없어 2층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관에서조차 장애인을 무조건 떼만 쓰는 민원집단으로 생각하는 사회풍조가 너무 섭섭하다”며 “장애우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작은 공간만이라도 마련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