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인 한국 근대사의 잔재물로 상징돼 왔던 '개항 100주년 탑'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역사성 부재와 외세에 의한 굴욕적인 개항 논란 속에서 2년여동안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철거 요구를 인천시가 마지 못해 받아들인 결과이긴 하지만 정체성을 새롭게 찾아 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시는 오는 7월까지 현재 중구 항동에 위치해 있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완전 철거(본보 19일자 19면보도) 하고 그 자리에 4억원을 들여 교통섬과 횡단보도, 좌우회전 전용차로 설치등 교차로 운행체계 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동안 이곳을 드나드는 화물차등은 역사적 가치조차 결여한 조악한 구조물을 피해 다녀야 하는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시가 계획한대로 기념탑을 철거한다면 120m였던 교차로 통과거리가 60m로 대폭 줄어드는등 이지역 교통 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민들에게 의미조차 전달되지 않는 조악한 기념탑의 역사성 부재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엄청난 무형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역사성 불명의 기념탑이 철거되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 기념탑은 지난 1983년 인천시가 11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민의 공감을 전혀 끌어내지 못한채 몇몇 공무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이 기념탑은 시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채 오히려 외세에 의한 굴욕적인 개항을 환영하는 뜻으로 해석돼 지난 2001년부터 시민단체들에 의해 철거 논란이 시작됐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지난 200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성명발표와 시민여론조사들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요구를 계속 묵살해 오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결국 지난 2002년 12월 철거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과정에서 시는 당초 3월 철거키로 했던 약속을 7월로 지연시켜 늑장 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어쨌든 시민단체들은 오는 7월 '개항 100주년 기념탑 완전 철거'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인천의 굴욕적인 역사적 유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기념탑의 완전 철거로 자유공원에 버티고 있는 맥아더 동상의 철거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