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세기 동안 선박을 안전한 뱃길로 안내하며 우리나라 근대화에 기여해온 등대와 등명기 용품 등 항로표지시설들. 그러나 항해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등대의 기능과 구실이 변하면서 이들 항로표지시설은 역사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 등 전국의 항로표지시설 50곳이 해양유물로 지정, 보존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부 브리핑'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등대설치 100주년을 맞아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고 건축학적 의미가 큰 항로표지시설을 해양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양부는 이에 따라 전국 연안해역에 설치돼 있는 유·무인등대, 등부표 등 항로표지시설 2천300여기 중 대한제국시대(1910년 이전)에 건설된 시설현황을 조사, 보존가치가 높은 시설 50기를 내년 10월께 해양문화유산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해양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국내의 건축·조명·항로표지 관련 저명인사 8명을 항로표지관리위원으로 위촉, 위원회를 조직한 바 있다. 위원회는 전국에 산재한 시설물 현황을 조사하고 각종 기록과 시설물 상태 등을 확인하며 보존방안도 강구하게 된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할 지역에선 △팔미도 등대(중구 무의동 산 374) △북장자서 등표(옹진군 영흥면 외리 서방 해상) △백암 등표(중구 무의동 팔미도 남서방 해상) △부도등대 등탑(옹진군 영흥면 외리 산 263) △소청도 등대 등탑(옹진군 대청면 소청리 산 307) △목덕도 등대 등탑(옹진군 덕적면 백아리 산 185) 등이 조사대상에 포함돼 해양문화유산 지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인천시 지방문화재인 팔미도 등대와 북장자서 등표, 백암 등표 등은 지난 1903년 설치한 우리나라의 첫 항로표지 시설이다. 이들 항로표지 시설이 해양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항로표식법에 의거, 보존물의 기능을 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한편 필요시 보존물을 등대 박물관 등에 이관, 영구 보존할 수 있게 된다.

해양부 관계자는 “국제항로표지협회(IALA)도 세계 각국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등대시설을 보존하기 위해 기술지원 등을 하고 있다”며 “해양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항로표지 시설은 해양학습장 또는 해양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