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이웃 사이를 가로막는 담장과 함께 시민들의 마음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3일 오후 2시45분께 인천시 계양구 효성2동 효성감리교회에선 안상수 인천시장과 송영길 의원, 박희룡 계양구청장을 비롯, 주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담장 허물기 시연'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담고 있는 개천절이어서 그 의미가 주민들에게 더욱 진하게 와 닿았다. 담장을 허물자는 주민들의 마음이 하늘에 전해졌는지 날씨마저 청명했다. 3팀으로 나눠 광목끈을 부여잡은 주민들은 사회자가 “담장을”이라고 외치자 “허물자”고 답하며 힘껏 잡아 당겼다.
광목끈에 매여 있던 5m가량의 교회 담장은 건물을 지키던 세월의 무게를 비웃듯 '쿵' 소리를 내며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일순 주민들은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환호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앞으로 이웃들과 함께 살맛나는 동네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듯 눈 주위가 붉어지기도 했다.
뜻있는 다른 주민들은 이번에 무너진 담장이 계속 확산돼 계층과 이념, 분단의 벽을 뛰어 넘는 출발이 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또 안 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시원하게 허문 담장에 '주목'을 심어 이 운동이 불길처럼 번지기를 기원했다.
이 행사는 지난 5월7일 '담장허물기 운동본부'가 결성된 뒤 신청자를 공모한 결과 접수된 6곳 중 처음으로 열렸다.
교회측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길이 55m, 높이 1.5m의 담장을 허문 뒤 이곳에 나무를 심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효성동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 참여해 이웃간 터울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붉은 진달래꽃 빛깔의 티셔츠를 맞춰 한마음을 과시했다.
'담장허물기 행사'가 끝나자 주민들은 풍물패를 앞세운 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손을 잡고 동네 전역을 행진했다. 이날 주민들이 허문 것은 이웃간, 지역간, 계층간 담장이었다. 이 교회 조경열 목사는 “지난 95년부터 온 마을이 가족처럼 지내자고 시작한 잔치가 벌써 6회째다”며 “담장을 허문 우리 교회를 시작으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효성감리교회서 담장허물기행사 성황
입력 2003-10-04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10-04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