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시 동구 금창동 배다리 전통공예지하상가. 60여개 점포 가운데 문을 연 곳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매장에 불만 켜놓은 채 문을 닫아 놓은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행인들도 뜸한 지하상가에는 유행이 지난 음악만 흘러나왔다.
 
지난 96년 인천을 대표하는 공예인들을 모아 명소로 만들었던 곳이라곤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당시 동아공예대전, 전승공예대전 등에서 한두 차례씩 입상한 내로라 하는 예술인이 모여 전통공예상가를 조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지공예방과 목각공예방 3~4개 정도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때 전성을 이루던 공예방들은 옷가게와 문구점 등 일반 점포로 바뀌었다. 일반 점포 상인들도 간신히 운영만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5·여)씨는 처음엔 이 곳에서 한지공예방을 운영했었다. 의욕적으로 참여했었지만 워낙 손님이 없어 결국 점포를 팔고 작은 점포 2개를 합쳐 식당을 차렸다. 김씨는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한지공예방을 할 생각”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상인 김모(40·여)씨는 “장사가 잘되는 다른 지하상가 점포는 수억원씩하거나 권리금만 몇천만원을 주어야 하지만 이 곳은 1천만원 정도면 점포를 살수 있다”며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동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엔 전통공예지하상가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아직도 이 곳 상인들은 구가 공예지하상가를 지역명소로 홍보하는 줄 알고 있었다.
 
상인 김모(39)씨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뒤 여행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영업계약을 맺자는 제의도 받았었다”며 “공예인들이 떠난 뒤에는 찾는 이가 없다”고 섭섭해 했다. 김씨는 “가끔 지하도 입구에 설치한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정작 안을 둘러보고는 그냥 가버린다”며 “경제가 어려워 손님이 줄어든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지역의 명소라고 자랑하던 구마저 외면하는 것이 더 서운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인근에 솔빛마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수익이 오를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중산층이 늘면서 승용차를 타고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차시설이 없는 지하상가를 찾을리가 만무하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상인들은 시나 구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상인들은 “예전 수도국산 달동네 주민들이 걸어서 지하상가 근처 병원이나 은행을 다니면서 상가를 찾아주었을 때가 더 좋았다”며 “앞으로 2~3년이 지나 주변이 개발되면 형편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