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틈을 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봉사라는 생각보다 그냥 내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함께 걷는 길벗회 자원봉사단 윤미정(43·여) 단장의 얘기다.
 
지난 94년 6월 결성된 길벗회 자원봉사단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을 10년 동안 한결같이 돌보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처음 100여명이 넘었던 회원이 이제는 30여명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그 어느 때 보다 뜻이 잘 맞는 팀이 되었다.
 
(사)함께 걷는 길벗회에서는 독거노인들을 보살피는 '섬김의 집'과 장애아 교육센터인 '징검다리'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단은 이 두 곳 이외에도 인천지역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과 장애인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단은 자신들과 자매결연을 맺은 가정을 '소망의 집'이라고 부른다. 주로 차량봉사와 목욕봉사, 가사봉사, 말벗봉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3~7명씩 한 개조로 구성해 4~5가정을 돌본다. 퇴근 후 1주일에 한 가정씩 돌아다니며 불편한 것은 없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봉사단은 대부분 20~40대 직장인들로 구성돼 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적 복지와 사회봉사를 실천한다'는 거창한 설립 목표를 붙였지만 봉사단 회원들에겐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은 가족과 다를 게 없다.
 
자원봉사단은 매월 한가지씩의 행사를 갖는다. 신년산행에서부터 자원봉사자 교육, 6월 체육행사, 수련회, 소망의 집 야유회, 추석 송편 만들기, 10월 체육행사, 1일호프, 김장 담그기, 명절 떡 돌리기 등이 그 것이다.
 
“갑자기 경제사정이 어려워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생활정보지를 보다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길벗회였어요.”
 
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윤씨는 “내가 찾는 독거노인들과 장애우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다”며 “내가 가장 어려울 때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도 얻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힘들고 지칠 때면 시집간 딸이 엄마를 찾아가듯이 자신이 돌보는 할머니 집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고 섭섭함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봉사단회원들은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려면 정작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생활비는 있지만 외로운 노인이 있는가 하면, 전기료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가정도 있고, 쌀이 떨어져 제때 밥을 못먹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김장 2~3포기에 쌀 한포대 전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생색을 내기 위한 것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봉사단 회원들은 “말로는 독거노인을 위하고 장애인들을 가족처럼 여기자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아직도 외면을 당하고 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얼마전까지 노숙자와 독거노인을 상대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질병이 돌고, 도난사고가 잇따른다며 관할 구에 민원을 제기해 구에서 무료급식소를 폐쇄당하기도 했다.
 
윤 단장은 “행정기관이나 정치인들이 찾아와 후원을 자청하고도 정착 찾아가면 외면할 때가 많다”며 “누구를 도와준다는 동정보다는 함께한다는 사랑으로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