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동·옹진 선거구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곳이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다. 탄핵정국 이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과 야당에 대한 반발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된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 이후 급랭하기 시작했다.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두터운 지역이다 보니 정 의장의 발언이 상당히 민감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쎄 왜 노인까지 들먹이면서 실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반평생 뼈빠지게 일한 사람들은 이제 다 필요없다는 얘기가 아니냐구….”
 
식목일인 5일 오전 9시께 인천시 중구의 한 목욕탕. 탈의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아침 뉴스를 보던 김모(61)씨는 “한나라당이고 열린우리당이고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느 당이고 자신들만 생각했지 정작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제대로 알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미산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목욕탕을 찾은 최모(64)씨는 선거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당신은 어느 당 소속이냐”고 되물었다.
 
기자라고 밝히자 최씨는 그제서야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이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온통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그나마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당 의장이란 사람이 고작 한다는 말이 노인들보고 선거고 뭐고, 집에서 쉬라는 게 전부냐”고 화를 냈다.
 
용유도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는 “거기(열린우리당) 사람만 아니면 다 도와줄 것”이라고 섭섭함을 강하게 내비쳤다.
 
“매번 나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저까지 6명이 유권자예요. 후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겠고…. 부모님이 (후보자를)결정하시면 대게 그 뜻을 따랐는데 이번에도 그럴려구요.”
 
동구 송림2동에서 30여년간 살고 있다는 문경학(45)씨. 택시회사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문씨는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냐”며 “살기도 힘들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 보면 화만 난다”고 말했다. 문씨는 “집에서 공보물을 보고 후보자를 결정하겠지만 (국회의원을) 뽑아놓으면 뭘하냐”고 씁쓸해했다.
 
주부 전경숙(46)씨는 “그동안 정치 행태를 보면 야당도 잘한 것은 없지만 이번 탄핵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소속도 괜찮은데 당선되면 여당으로 갈 것 같고, 한나라당 아니면 민노당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형을 살리자고 전대우건설 사장을 무참하게 몰아붙여 자살하게 만든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얘기가 아니었다”며 “대통령이 입만 열었다하면 전국민이 뒤로 나자빠지는데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믿고 살겠느냐”고 실랄하게 비난했다.
 
구도심권의 서민들은 매번 되풀이되는 선거공약과 말뿐인 지역에 대한 배려에 이젠 지쳤다고 말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꾼들이 '쇠퇴하는 지역경제, 열악한 재래시장, 쓰러져가는 주거환경' 등 서민들의 약점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 주민들의 오래된 민원은 상권활성화다. 구도심지역으로 옛 정취와 흔적들이 남아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지만 정작 골목 안을 들여다 보면 서민들의 찌든 삶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개발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구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매번 선거때마다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 천혜의 관광자원 적극 개발, 구도심 권역별 생활특화육성, 관광특구 활성화라는 청사진은 이번 선거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기초의회 의원에서부터 단체장, 국회의원 선거까지 똑같은 공약을 내세우는데 이젠 누가 이런 일을 하는지 헷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동인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정헌(39)씨의 생각은 달랐다. “젊은 세대는 시대와 환경 흐름에 따라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장년 세대는 구도시에 그냥 머물면서 주거 환경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전환되고 말았다”며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생활환경이나 주변환경은 바뀌지 않고 있는데 이번엔 개혁적인 인물이 나와 지역을 확 바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포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종욱(34)씨도 “구태하고 낡은 정치인보다는 참신한 인물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며 “지역이 예전처럼 젊은이들로 가득차 활기차기 위해선 감각을 가진 젊은 정당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