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의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 12일. 인천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부정감시단에서 석달째 활동하고 있는 주부 이정희(42)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오전 9시20분에 구 선관위로 출근했다.
선거부정감시단원의 하루 일과는 선관위 직원으로부터 그날의 활동에 대한 지시사항와 유의할 점 등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회의가 끝나자 이씨는 다른 감시단원 40여명과 함께 투표참여 홍보물을 챙겨들고 작전동의 한 대형할인점 앞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3~4명의 감시단원이 조를 이뤄 담당 지역을 돌며 감시활동을 벌이는게 보통이지만 이날은 선거를 사흘 앞두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감시단원들은 행인들에게 홍보전단과 화장지, 볼펜 등을 부지런히 나눠주며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전단을 받아 든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일부는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으로 오해하고 '이런거 받으면 큰일난다'며 화장지를 돌려주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씨는 “공명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낄때가 많다”면서 “예전에는 선거에 무관심했었는데 감시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중한 한표를 꼭 행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 20분께 남동구 선관위 선거부정감시단 모 후보 전담반장 지모(42·여)씨는 늦은 점심을 먹다말고 감시단원 3명과 함께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거유세차량 운전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점심을 먹은 모 후보가 간석3동 A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왔기 때문.
이들은 “유세차량은 골목골목을 따라 20~30분 단위로 옮겨 다녀 한번 놓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단속활동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감시단원들은 20분쯤 지나 모 후보의 유세차량을 발견, 한숨을 돌렸다.
감시단원들이 주로 살피는 것은 유세시 연설사회자의 명패착용과 사회자 교체, 선거운동원들의 후보명함 배포 여부 등이다. 유세차량 이동 중에 선거 로고송을 내보내거나 연설하는 것도 단속사유이기 때문에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씨는 “유세차량 운전자의 실수로 가끔씩 이동 중에 노래를 틀곤 하지만 선거운동원들에게 즉시 시정을 요구한다”며 “이번 선거에선 불법을 저지르면 낙선된다는 후보들간 의식이 커져 적발건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부정감시단 주간반인 이들은 오후 6시까지 간석3동 7곳과 만수3동 6곳의 유세현장을 점검한 뒤 선관위 사무실에서 일지를 쓴 뒤 하루 일과를 마쳤다.
오후 7시 중구 동인천역 일대. 각 후보자들이 퇴근길 주민들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게 움직이면 선거부정감시단 야간반원인 박모(45·여)씨도 분주해진다.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단속활동을 벌이다보면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는 일이 잦다. 박씨는 “후보를 따라다니는 일도 처음엔 힘들고 지루했지만 지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하루에도 서너번씩 자유공원과 월미산공원에 오른다. 아침과 저녁운동에 나선 유권자를 찾는 후보들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
“동네가 조그맣다 보니 후보자나 운동원을 놓쳐도 금방 찾아낼 수 있어요.”
또 다른 선거부정감시단 최모(41·여)씨는 “신포동 일대 지리를 잘 알고 있고, 운동원이나 후보자들이 다니는 길목이 뻔하다”며 “가끔 숨바꼭질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깨끗한 선거를 위한 지킴이라는 생각에 늘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는 것보다 달라진 선거법을 숙지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며 “선거법이 급하게 바뀌면서 변경된 내용을 다 숙지하지 못해서 가끔 선거운동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구선관위 관계자는 “인천지역에는 10개 군·구 선관위에서 510여명의 선거부정감시단원이 활동하고 있다”며 “선거법이 바뀐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투입됐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았텐데도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선거업무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선거지킴이' 선거감시원들의 24시
입력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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