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2시 인천시 남구 관교동 146의1 문학초등학교 교정. 현대식 학교건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통가옥 두 채가 눈에 띈다. 곧 무너져내릴 듯한 기와지붕엔 잡초가 무성하다. 심지어 단풍나무 한 그루가 기와지붕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을 바르고 있는 종이는 뜯겨 나가 문살만 앙상하다. 문을 열면 마루 위에 담배 꽁초며 심지어 불장난 흔적까지 있어 겉으로 보기엔 흉가나 다름없다.

이 건축물이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1호 '인천도호부청사'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가 그렇게도 내세우는 '진짜' 인천도호부청사가 폐가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문학경기장 쪽으로 조금만 가면 화려한 모습의 또다른 '인천도호부청사'가 나타난다.

지난 2001년 7월 3년여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새 인천도호부청사다. 이 곳을 '진짜'로 아는 사람이 많다. 이 곳은 문화유산해설사에게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천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 두 '인천도호부청사'가 인천시 문화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알맹이'는 버려두고, '껍데기'만 애지중지하는 꼴이다.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제1호'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가장 대표적이란 얘기다. 유형문화재 1호를 대하는 이런 식의 태도는 다른 문화재 관리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문학산성'은 시 지정 기념물 제1호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곤 문학산성이 어디에 있는 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 시 문화재 담당 공무원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고구려 동명왕의 둘째 아들 비류가 조성했다고 전해지는 게 바로 문학산성이다. 시는 문학산성 방치 문제만 나오면 문학산 정상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를 이유로 대지만 설득력이 없다.

'최첨단 국제도시'를 꿈꾸는 시는 올들어 인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역의 역사적 산물을 찾아 새롭게 조명한다면서 일명 '인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원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역사 이야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 지정 문화재로는 유형(54건), 기념물(53건), 무형(16건), 민속자료(2건), 문화재 자료(20건) 등 총 145가지(4월6일 현재)가 있다. 시는 이제라도 지역 문화재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창규(45)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연구원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방치하고, 겉 모양만 본따 놓고 매달리는 문화재 관리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원형을 살려내고 보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문화재 발굴·보호센터를 빨리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