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가용 운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자동차 유지비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서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2년동안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던 최모(30·인천시 남구 주안8동)씨는 최근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아예 자가용을 운행하지 않고 있다.

최씨는 “차량 유지비가 한달 평균 3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기름값이 오르면서 요즘에는 50만원이상 지출해야 할 판”이라며 “계속 기름값이 오르면 차를 팔아버릴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용으로 연수동 집에서 서울 종로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1)씨는 이달부터 승용차를 집앞 주차장에 세웠다. 대신 불편을 감수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잦은 술자리를 피하기 위해 자가용을 애용했던 그는 연일 오르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6일 인천시와 인천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인천지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한 승객은 모두 6천649만3천여명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3월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의 경우 1천784만여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천858만여명에 비해 감소했지만 월별로 봤을 때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지하철 관계자의 설명.

인천지하철 관계자는 “1월 지하철 이용객수가 559만여명에서 2월에는 569만여명, 3월에는 655만여명으로 매달 평균 20만여명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루평균 승객수도 매달 2만여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출퇴근길 심한 정체를 보이던 시내 도로는 다소 교통소통이 빨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모(47·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씨는 “출근길 30분 이상 걸리던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서구청 방면 도로가 요즘에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고 있다”며 “직장내 같은 부서 10명 중 5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상승으로 매출이 줄어든 주유소와 자동차 영업소, 대리운전기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연수구 동춘동 H주유소 관계자는 “매출이 매달 10%씩 줄어들고 있다”며 “고육지책으로 5만원 이상을 주유해야 서비스하던 자동세차를 3만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계양구 모 자동차영업소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대수가 지난해에 비해 20~30%가량 줄었다”며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고객들도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52·대리운전기사)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루 8번 탕치기(손님을 받는 횟수)가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4번도 채 손님을 받지 못한다”며 “손님 한명당 1만원의 요금 중 회사에 2천원씩 떼어주고 나면 하루종일 벌이가 3만2천원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