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층 높이의 고가사다리를 통해 쉴새없이 건축자재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건설현장 입구를 통해 모래, 자갈 등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과 레미콘이 희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줄지어 들어섰다.
주변 4곳의 공사장에선 대형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보였다.
원당지구는 지난 2002년 4월 K건설이 341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준공, 올 3월부터 입주가 진행돼 현재 200여 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그러나 한쪽에선 계속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L건설이 시공한 938가구, P건설이 시공한 1천739가구 등은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또 이들 단지 주변에는 D건설이 시공한 450가구가 8월부터, 또다른 D건설이 시공한 434가구와 S건설이 시공한 936가구가 추가로 올 12월께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 2월에는 K건설이 시공한 26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계획대로라면 5천여세대, 많게는 1만5천명의 신규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당지구에는 마땅한 진입도로는 물론 병원과 학교 등의 시설도 갖추지 않고 있어 주민불편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원당지구로 통하는 길은 서구 완정3거리 또는 김포시 풍무동에서 원당지구로 진입하는 2가지 방법과 매립지 수송로를 통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매립지 수송로는 7월 준공이 예정이어서 대로변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인근 비탈길을 통해야만 한다.
완정3거리와 김포시 풍무동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1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비좁은 1차선 도로에다 수시로 대형 공사차량이 드나드는 곳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출퇴근길 정체와 도로 곳곳이 파인 채 안전대책조차 없는 비탈길을 통해 불편을 감수하며 이용해야 한다.
주민들의 불편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개인병원은 고사하고 약국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야간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인근 김포시로 원정진료를 가야하는 처지다.
김성은(37·여)씨는 “딸아이(민재·4)가 1주일전 새벽에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차도 없고 근처에 병원도 없다”며 “요즘에는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밤새우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곳을 제외하곤 중·고등학교는 찾아 볼 수 없어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가로등은 고사하고 배차간격이 40분도 넘게 걸리는 버스로 자가용이 없는 가정에서는 외출하기를 꺼리고 있다.
박한수(35)씨는 “분양공고를 통해 비쳐진 모습은 말 그대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었다”며 “하지만 인천시의 무관심으로 원당지구는 도로며 기반시설도 없는 도시속의 섬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난 입주민 200여명은 지난 24일 시행사, 시공사, 국가, 인천시 등을 상대로 14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인천지법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