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에 뭐했니? 엄마 아빠랑 같이 할머니 댁에 갔다가 시장보고 집에 왔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갈산종합사회복지관 1층의 어린이 공부방. 10여명의 초등학교 학생들과 비슷한 수의 여대생들이 나란히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초등학교 1, 2학년인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오후에 매일 복지관에 와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는다. 맞벌이를 나간 부모님이 돌아오는 저녁때까지는 이곳이 집인 셈이다. 아이들을 자상하게 돌보는 대학생들은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야간반 학생들. 이들은 과내에 자원봉사 모임인 '학학회'를 만들어 지난 96년부터 인천 시내 저소득 가정의 초등학생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올해는 매주 월요일마다 갈산복지관을 찾아 아이들의 '누나', '이모'가 되어주고 있다.
 
학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미희(23)씨는 “선배들이 졸업하면 후배들이 대를 이어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유아교육이라는 전공 특성상 아이들과 시간을 갖는 것이 회원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재를 펴놓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내용을 설명하던 윤현진(23)씨는 “아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친구가 되어주는 게 더 소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여대생들은 시간이 남아서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다. 오후 5시에 시작하는 대학 강의시간 전에 유치원 보조교사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학비와 용돈을 벌며 학업을 이어가는 고단한 일상속에서도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학학회를 지도하고 있는 경인여대 김신옥(47·여) 교수는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 자신도 형편이 넉넉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남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대견스러울 때가 많다”면서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학생들이 이전과 많이 달라져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회원 정예지(20)씨는 “가끔 힘들때도 있지만 친동생처럼 잘 따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서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봉사활동으로 알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