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49분 한미은행 인천영업부.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고객수가 59명으로 적혀있다. 평소의 2~3배 수준이다.

간석동, 구월동 등 인근 지역 고객들이 해당지역 지점업무가 중단되면서 '거점점포'인 이곳으로 몰렸기 때문.

상당수 고객들은 '현금 입금거래와 예금인출 업무만이 가능하므로 타은행 수표 입금은 가급적 다른 은행에서 타행환으로 입금해 달라'는 은행 출입구의 안내문을 읽고 발길을 돌렸다.

공과금은 입금이 안된다는 안내요원의 말에 불평을 털어놓는 고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규대출업무와 수출입관련 외환업무도 중단돼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에선 총 29개 지점 가운데 인천영업부와 남동지점만이 거점점포로 지정돼 이들 거점점포에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인천시청·남구청·남동구청 출장소 등 12개 공공기관 점포에선 금고업무만 취급했다.

인천영업부가 들어선 한미은행 경인영업본부 인근에는 전경 200여명이 배치돼 긴장감을 더했다.

이들 전경들은 이 건물 3, 4, 6, 7층에 자리잡은 전산센터를 노조가 점거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은행 안팎에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3, 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전경 2명과 은행 경비요원이 특별 배치돼 일반인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한미은행 전산센터의 정규직 직원은 200여명으로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는 바람에 50여명만이 전산센터를 지키고 있었다.

인천영업부도 직원 31명 가운데 21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타지점 직원 12명이 보충됐다.

평소보다 부족한 인원에 몰려드는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고객상담실에선 직원들이 돌아가며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해 있는 남동지점도 마찬가지로 직원의 60% 가량에 파업으로 빠져나가 은행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지점은 특히 중소기업 밀집지역에 위치한 데다 자금 및 결제수요가 몰리는 월말에 파업이 단행된 터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간석동 지점. 셔터가 내려진 은행 출입구 앞에서 한무리의 고객들이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유일하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현금인출기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거점점포의 위치를 모르는 고객들은 휴대폰으로 문의를 하는 등 적잖은 혼잡이 영업시간 내내 이어졌다.

주부 김모(37·인천 남동구 간석2동)씨는 “경기침체와 고 김선일씨 피살로 온 국민이 시름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로 비쳐진다”며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면, 일반 업무가 차질을 빚은 것과는 달리 시·구금고 업무는 정상처리돼 대조를 이뤘다.

이는 시·구금고 업무가 지장을 초래할 경우, 은행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데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