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여파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길거리 상권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비롯해 혼수용품부터 새학기 학생들의 책상까지 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구월동 가구점 거리, 신포동 패션거리, 석바위 카페골목, 주안 지하상가 꽃집거리 등 지역의 명소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먹거리 상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상의 침하 속도가 더디기는 해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평 해물탕거리, 용현동 물텀벙이거리, 화평동 냉면거리, 도원동 순대골목, 동암 꽃게거리 등도 극심한 경기침체속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 구도심에 위치한 이들 길거리 상권의 쇠퇴는 IMF 위기 이후 뚜렷해졌고 복합적인 이유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원스톱 쇼핑문화의 확산에 따라 주말에 대형할인매장을 통해 생필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도로변 상가와 재래시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또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찾는 경향 등 굵직한 시대변화가 겹친데 따른 결과다.

상권의 지각변동도 길거리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의 전통적인 중심상권인 석바위, 동인천, 신포동 상권에서는 유동인구 감소와 인지도 하락 등에 따라 주변 상권까지 침체하는 '도미노 현상'이 진행중인 반면 시청,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축으로 한 구월동 상권과 연수·계양·서구청 인근상권은 하루가 다르게 점포수가 늘어나고 업소들의 대형화·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중저가 의류점과 소규모 분식업종 위주의 동인천, 제물포, 석바위, 주안로 등 지하상가 상권도 예전에는 강세를 보였지만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에 고객을 뺏기면서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항과 가까운 배후지역으로 주목받는 서구지역 상권의 부상과 법원·검찰청에 따른 석바위 인근 상권의 급속한 쇠퇴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상권 부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 장기 불황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전통적인 길거리 상권들은 어렵게 유지해 온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중·장기 계획 아래 진행돼온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과는 달리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남구의 경우 주안역 앞은 영상패션거리로, 2030거리 주변은 음식전문거리로 특화하기 위해 올해 초 9억여원의 사업비 지원을 중앙정부에 요청했지만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등에 밀려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예산을 확보해도 상권별 특성을 살린 캐릭터와 각종 상징물을 제작, 설치하고 상가 안내판과 거리구간을 표시하는 정도여서 근본적인 활성화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연구소 윤면상 소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상인들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화거리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킬수 있는 방안 마련과 현대적인 판매기법 도입 등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계획을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