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자연휴식 공간을 잃게되는 시민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고 개발논리에 밀려 생태공원의 훼손을 지켜봐야 하는 환경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주변 시세하락을 우려한 것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천혜(天惠)의 보고(寶庫)', 해양생태공원의 개발을 막아 달라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인천시의 허파=400여종의 수생식물과 80여종의 곤충, 오색딱따구리와 물총새 등 15종에 달하는 조류 등 자연생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인천대공원. 이와 더불어 해양생태공원도 대표적인 생태체험 공원으로 꼽힌다.
오락가락하는 비로 잔뜩 찌푸린 8일 생태공원에는 탐방객들의 탄성과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주공이 추진하는 택지개발 이야기를 꺼내자 시민들의 표정은 일순간에 굳어졌다.
(주)성담이 지난달 남동구 논현동 폐염전 터 일대 21만2천860평에 18홀 대중골프장을 짓겠다고 밝힌 뒤 주민들은 '인천의 허파 하나가 사라진다'며 걱정에 휩싸여 왔다.
매주 2~3번씩 공원을 산책한다는 장순구(49·남동구 만수1동)씨는 갑작스러운 개발 소식에 맥이 풀렸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시민 반대에 부딪혀 인천시가 골프장 건설을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김씨는 “시민들이 갖은 고생을 하며 생태공원 개발을 막았는데 이번엔 택지개발이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공은 해양생태공원 주변 폐염전과 장아산을 포함한 이 일대 그린벨트 77만평에 1만6천세대 규모의 택지개발 제안서를 최근 건설교통부에 냈다.
◇보전한다고 할 땐 언제고…=택지개발 예정지는 인천대공원~장아산~생태공원까지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한 복판에 위치해 있다. 인천시도 인천대공원~생태공원~소래포구를 잇는 생태관광벨트 조성계획을 갖고 있다.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개펄체험장에서는 방게, 농게 등을 잡을 수 있고 염전학습장에선 염전에 물을 공급하는 수차를 밟아보거나 소금을 채취할 수도 있다. 개흙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검은머리물떼새, 쇠백로 등을 볼 수 있는 조류관측소도 조성돼 있다.
김석규(70·남동구 만수동)씨는 “주말이면 공원 주차장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개발이 무슨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단체들도 생태공원 주변 개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 심정은 이해되지만 국민임대주택 건설시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토지이용 시책에 따라 추진되는 만큼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