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사실혼을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그리고 동거하면서 서로 부양하거나 협조할 의무 등을 이행하고 우리사회의 혼인 및 가족관념에 의한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한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으로 그 의미를 규정했다.

그러나 이성인 남녀간의 혼인에서도 법에서 규정하는 부부의 예나 의무를 지키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경제, 사회적 활동에서도 남녀간의 지위가 크게 바뀌고, 성전환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동성간의 혼인을 부인할 수 있느냐는 비난의 소리가 크다.

민주노동당은 30일 동성혼과 이성혼의 차별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성혼은 이성혼과 똑 같이, 동성혼 가족은 이성혼 가족과 똑 같이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는 “우리 헌법과 민법 어디에도 이성혼만 혼인으로 인정하고,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한 뒤 “국가인권위원회법도 합리적 근거 없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로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또 동성혼 부부도 이성혼 부부와 마찬가지로 서로 간의 애정에 기초해 동거를 하면서 부양과 협력하고 자녀까지 입양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9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법원의 이번 시대착오적인 판결로 인해, 이 땅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또 한번 침해됐다”며 “이번 판결은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한국의 현행법이 차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법원의 판결을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한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의미하는 혼인의 신성한 의미가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논쟁은 오프라인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교육청 중등교육과 한 장학관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 합의와 일반적인 상식을 함부로 깨뜨림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법원의 고민이 담겨 있는 판단”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교육적 차원에서 비교적 바람직한 결과”라고 밝혔다.

시민 최모(여·65)씨는 “아이를 낳고 남편과 함께 기르고 생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게 가정”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동성혼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여성의 전화 배임숙 회장은 “동성애자도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할 권리가 있다”며 “사랑의 방법에 대해 법에서 이래라 저래라 따질 권리가 없어 이번 판결은 소수와 약자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미국 유학생 정모(27)씨는 “동성애자도 사람인만큼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