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지난 96년 정부의 유통시장 개방 정책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대형할인점과 경쟁을 벌이다 결국 '백기(白旗)'를 들었다. 지난 2001년 대형할인매장의 매출이 재래시장을 앞서면서(전국통계 기준) 재래시장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상태.
유통단계를 최소화한 대형할인점에 비하면 다단계의 유통구조를 갖고 있는 재래시장은 근본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취약한 구조다. 대형할인점이 쾌적한 환경과 낮은 가격, 상시 환불제도, 편리한 주차시설 등 소비자 욕구를 맞추는 발빠른 적응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사이 재래시장은 전혀 손을 쓰지 못한채 갈수록 빈사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재래시장에 대해 지난 2001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래시장활성화사업'제도를 마련해 돕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재래시장이 서민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도 “쇠락하는 서민경제의 상징이 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대형할인점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달 14일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이 발효되면 내년 3월부터 2014년까지 10년동안 재래시장은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된다. 지원금은 낡은 시장 건물을 새로 짓거나 뜯어 고치는 현대화 사업에 사용된다. 이외에도 통행로 확보와 주차장 설치, 공중화장실 신축, 하수관 정비, 운영자금 등에도 일부 지원금이 쓰인다. 〈도표 참조〉
인천지역의 재래시장은 총 53개. 이중 등록시장 24개, 무등록시장 26개, 정기적으로 열리는 임시 시장은 3개 등이다. 시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재래시장활성사업'을 통해 국고보조금, 특별교부세, 시비, 군·구비 등을 포함 총 454억1천6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신포시장 등 6개 시장에 57억7천800만원의 국고보조금과 현대시장 등 4개 시장에 18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 여기에다 시비와 군·구비 등을 모두 합치면 올해 책정된 지원금만 142억9천6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 문제는 산넘어 산이다. 지금의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형할인매장과의 가격경쟁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꺼리는 신용카드 시스템구축 문제, 전자상거래, 공동 물류배달체계, 판촉 홍보 등의 문제도 재래시장이 정부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대형 할인매장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마케팅' 전략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재래시장 쇠락원인·대책]
“재래시장 육성법 만들면 뭐합니까. 상인들의 재래시장 활성화 요구와는 달리 오히려 상가주인들은 변화를 귀찮아 하는데요.” 인천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불만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난 대형할인점과 전문할인점 등에 밀려 고사(枯死) 직전인 재래시장.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 151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발의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사업비 부담을 놓고 관계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상가주들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 자체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푸념이다.
특별법은 시장별 30억원 이하로 지원하되 총사업비의 90%를 국비(60%)와 지방비(30%)로, 10%는 민간(상인과 상가주)이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엔 시원한 대형할인점으로 손님이 몰려 대부분의 점포들이 평소보다 20~30%씩 매출이 떨어져요. 상가주들은 매출과 상관없이 세만 받으면 그만인데 사업비의 10%를 부담하는 시장현대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리가 없지요.”
7년째 남동구 구월모래내시장에서 귀금속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모(43·여)씨는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진흥사업협동조합 설립을 마치고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6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해 환경개선사업을 추진중인 남구 신기시장도 마찬가지.
이 시장 협동조합 김종린(50)조합장은 “사업시행자까지 결정하고도 행정절차가 까다로워 환경개선 사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절차도 문제지만 세를 준 상가주가 상인들과 함께 시장을 살려보자는 의식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공격적 경영으로 손님을 유치하려는 상인과 달리 대다수 상가주들은 “시장 환경을 개선해도 매출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이중으로 돈이 들어가는 기존 조합의 개발사업과 정부지원책등 시장 현대화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지원법이 실효를 거두고 시장 경쟁력도 높이려면 양측의 첨예한 이해를 조정하는게 가로놓인 숙제다.
모래내시장에서 의류 도매점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상인들의 목소리를 시행 과정에 담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등 거창한
[월요기획] '쇠락의 늪' 빠진 재래시장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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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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