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5시10분 인천시 중구 동인천역 앞 인력시장.

짙게 깔린 어둠 사이로 편한 옷차림에 하나씩 가방을 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조금뒤 10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였고 인력관리소장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이들 곁으로 다가왔다.

“장씨하고 김씨, 그리고 저 뒤에 있는 모자 쓴 총각, 이리로 나오세요. 나머지는 일거리가 없으니 돌아가세요.”

이날 인력소장에게 선택받은 사람은 60여명. 나머지 40여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하루를 허탕친 사람들은 어디론가 발길을 돌렸으며 일부는 '삼삼오오' 역사 앞 계단에 모여 이른 아침부터 술판을 벌였다.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최모(42·노숙자)씨는 “벌써 2달 넘게 일을 못해 입에 풀칠은 커녕 여인숙에 묵을 돈도 없다”며 “갈 곳도 없고 누울 곳도 없고 솔직히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6시 동구 송림2동 송림로터리 부근. 하루 일거리를 찾아 나선 40여명이 인력소장의 호출에 일사불란하게 도로변에 세워진 승합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날 이곳에 모인 사람 전부가 하루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이곳 역시 심각한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C인력 강모(31) 소장은 “요즘에는 100명 정도 모여서 이중 40명만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며 “오늘 모인 사람들은 운이 좋은 셈”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 장기침체의 여파가 길거리 인력시장마저 꽁꽁 얼어 붙게 만들었다.

운좋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일자리를 구해봤자 턱없이 부족한 임금으로 하루벌이도 힘든 지경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24분기까지 인천지역의 건설허가 면적은 모두 70만7천여평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6% 가량 줄어들었다. 건설발주액도 전년(1조6천900억원)에 비해 3천억원 가량이나 감소했다. 원자재 값 상승과 유가폭등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 내내 건설경기가 위축됐다는 말이다.

이처럼 건설경기가 심각하다 보니 인부들의 대우도 좋지 못하다.

한참 좋았을 때만해도 7만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던 일당이 올들어 5만~6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김모(59·인천시 동구 만석동)씨는 “노가다(일용잡부)생활 20년만에 이처럼 힘든 때는 처음”이라며 “하루 벌어 살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는 동인천역을 비롯 3곳의 길거리 인력시장과 비교적 규모가 큰 7곳의 인력사무소가 있으며 매일 3천여명이 이곳에서 하루 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