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맞은 여름휴가.
 
그동안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한번도 찾지 못했던 남해지역을 일주했다. 처음 발길이 닿은 곳은 남도의 보물섬이라 불리는 진도였다. 전주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광주 IC에서 빠져 나와 국도로 해남을 거쳐 남녘 끝에 붙은 섬을 찾을 수 있었다.
 
진도대교를 건너 바닷가를 끼고 섬 일주를 하다보니 1년에 한·두차례 바닷길이 열린다는 이정표가 보였다. 아깝게도 이날은 때가 아닌지 바닷길이 열린다는 신호가 없었다.
 
진돗개로 유명하다는 마을과 섬주변을 둘러보다 용장산성이란 곳을 발견했다. '삼별초와 대몽항쟁지로 유명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예전 외세의 침략에 맞닥뜨려야 했던 선조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진도 일주를 마치고 대한민국의 끝자락에 위치한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해남에 도착해 전망대에 올라 육지와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어느 책에서 보았던 문구가 한구절 생각났다.
 
'땅끝. 땅의 끝이며 바다의 시작이고, 바다의 끝이며 땅의 시작이다'.
 
해남 다음으로 이어진 여정은 보성차밭. 차밭으로 가는 동안 초록빛 녹차밭을 보면서 내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보성녹차가 유명한가 보다.
 
차밭으로 들어가니 진입로에 전나무숲길이 나왔다. 빼곡하게 수직으로 뻗은 전나무 터널이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아깝게도 향긋한 녹차는 마시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충무공의 넋이 서려 있는 남해로 발길을 돌렸다. 남해대교를 건너니 이충무공이 노량 앞바다에서 최후를 마쳤다는 이락사가 보였다.
 
충무공이 전사했음직한 앞바다를 건너다보며 장렬했던 당시 최후의 상황을 떠올려 봤다.
 
통영대교를 지나면 미륵도가 나오는데 해안도로 일주 드라이브 코스로 기막힌 곳이다. 해안도로 저편 달아공원에 심어진 수많은 동백나무와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왜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지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우재(인천시 서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