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인천 부평역 앞 버스정류장. 환승거리가 수백m에 달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임순석·sseo@kyeongin.com
인천의 도로 사정은 서울 등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로개설이 폭발적인 승용차 증가 속도를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지난해 기준으로 발표한 '7대 도시 교통현황'에 따르면 인천 도심의 자동차 운행속도는 이미 시속 24.4㎞까지 떨어졌다. 서울(16.3㎞h), 광주(17.9㎞h), 부산(20.4㎞h)에 이어 4번째로 도로소통 사정이 안좋아졌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운행속도가 시속 21.2㎞에 불과해 운전자들의 짜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승용차를 억제하고 대체 수단으로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인천 지하철 2호선, 신공항철도, 수인선,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부평구청~온수) 등의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말 현재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수송 분담률은 각각 28.3%, 17.6%여서 둘을 합쳐도 수송분담률이 아직 40% 대에 머물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승용차 이용자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리한 환승체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에 관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버스-지하철, 버스-전철간 환승이 이뤄지는 정류장이 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인천의 대표적인 환승역인 부평역의 경우 환승거리가 지하철은 543m, 전철은 365m에 달한다. 다른 역의 환승거리도 부개역 395m, 인천시청역 366m, 주안역 348m 등으로 대개 사정이 비슷하다.

버스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힘든 버스 정류장 구조도 문제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해 표본조사한 결과 인천 시내에 지붕 등 '차폐물(shelter)'이 없는 정류장이 40%를 웃돌고 있다. 벤치나 버스 정차대가 설치된 정류장은 더 드물다. 비를 맞으면서 많게는 10분 이상 버스를 기다리거나 승객들이 정류장 근처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을 피해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택시와 자가용 승용차들이 차지하고 있는 역 광장을 버스를 위한 대형 환승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신호체계 조정과 역 광장내 교통체계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반 버스 정류장도 위치와 규모를 대폭 조정하고 차폐물·벤치 등을 설치해 승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환승센터의 건립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승용차 이용자들이 전철·지하철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환승센터를 조성해 향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하는 철도교통 수단의 이용률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발연 석종수 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이용을 일방적인 정책이나 캠페인성으로 추진해선 안되고 관련 시설을 이용자 중심으로 개선해 승용차 이용자가 대중교통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