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들이 집단으로 때리고 욕하고…. 걔(친구)들 집에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습니다.” 16일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1반 사무실. 18차례 불을 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14·중2)군은 범죄자란 주홍글씨를 달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청소년이다.

A군은 경찰관이 “불을 왜 냈냐”고 묻자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보면 나를 괴롭혔던 아이들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고 또박 또박 대답했다. '집단 따돌림과 부모의 손찌검→우울증과 정신지체 2급 판정→18차례 방화'.

집단 따돌림(왕따)을 견디다 못해 결국에는 방화범으로 내몰린 한 중학생이 경찰에서 불을 낸 이유라고 밝힌 진술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왕따로 인해 심한 우울증과 정신지체 장애를 앓았고, 학교와 주변의 무관심에 내몰린 사이 오히려 부모의 손찌검까지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이 처음 불을 낸 것은 지난 1월 17일.

초교때부터 동급생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받았던 A군은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에 서구 신현동 모 식품회사 창고 앞에서 갖고 있던 라이터로 무심코 신문지에 불을 붙여 200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정)를 냈다. 이후 A군은 방화를 멈췄지만 B중학교 2학년으로 진학한 후에도 동급생들의 따돌림이 멈추지 않자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A군은 결국 '정신지체 2급'이란 후천적인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 이 때문에 A군은 또다시 불장난에 빠져 들었고, 올 9월까지 원창동 모 고물상과 신현동 모 빌라 주차장 등에서 18차례에 걸쳐 불을 내 2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재산피해를 냈다.

A군은 조사를 모두 마친 뒤, “아버지는 중국으로 일하러 가셨고 어머니는 술에 취하신 날이면 어김없이 손찌검을 했다”며 “왕따를 유심히 지켜보거나 관심을 가졌던 어른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울먹였다. 경찰은 이날 A군에 대해 방화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