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추석 경기가 꽁꽁 얼어 붙었다. 재래 시장은 '추석 대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고 대형 백화점 역시 저가의 선물세트와 상품권외엔 매출이 감소해 울상이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2시 동구 송림동 동부시장.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과일과 채소, 생선 등 추석 제수용품을 파는 가게의 상인들이 대목 장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추석 대목을 연상케 하듯 빗물에 젖은 채 잔수레에 제수용품 상자를 싣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의 심정은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암담했다.

과일 장수 김정례(59·여)씨는 “대목을 예상해 200만원 빚까지 져가며 과일을 준비했는데 일주일 동안 겨우 사과 2상자(10만원) 벌이 밖에 못했다”며 “어려웠다는 지난해 보다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으니 추석이 지나면 빚을 갚기는 커녕 장사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생선 장사를 하는 이입분(70·여)씨는 “평소보다 생선 두 함지를 더 들여 오는데 며칠째 팔리지 않아 내다 버리고 있다”며 “시장 상인 모두가 추석대목은 옛말이라고 하더라”고 푸념했다.

서구 석남동 강남시장 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견과류를 파는 한 상인은 “햇밤이 한되 3천~4천원으로 지난달보다 절반 값으로 떨어졌지만 하루 한되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추석 때 팔아야 반년을 버틸 수 있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주요 백화점의 추석 매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체적으로 매출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저가의 선물 세트와 저액 상품권의 수요만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10만원권 상품권이 전체 상품권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반면 30만·50만원권 등 고액의 상품권 판매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추석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량 줄었고 저가의 선물세트가 잘 팔리는 편이다. 신세계 인천점 관계자는 “올 추석 매출 목표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아직 1주일이 남았지만 현재까지는 목표 대비 50%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상품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많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 상품권 중 10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만 늘어났을 뿐 30만원권의 수요는 줄어 들었다. 롯데 인천점 김상권(38) 팀장은 “가뜩이나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갈수록 대형 할인점간의 판촉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