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상자 2억'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25일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이 구속된 A건설업체 대표 이모(54)씨에게지난 7월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한 뒤 지역발전기금을 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는 사실을 이씨로부터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로부터 "지난 7월 29일 오후 안 시장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해 다음날인 30일 저녁 인천 계양구 소재 H카페에서 두번째 접촉하게 됐다"며 "안 시장이 당시 평상복에 모자를 쓴 채 나와 '인천에서 사업하려면 불우이웃도 도와야하고 지역발전기금도 많이 내야한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씨는 또 "지난 8월24일 오후 돈이 든 '굴비상자'를 마련, 안 시장에게 먼저 '뵙고싶다. 인사드리려 한다'고 전화를 걸어 H카페에서 같은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30여분동안 세번째로 안 시장을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씨가 안 시장과 만난 직후인 지난달 24일 오후 10시가 넘어 안 시장 여동생 집에 굴비상자를 전달한 사실도 이씨의 운전기사 양모(27)씨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여동생 집주소를 적어준 사실이 없다"는 안 시장의 말과는 달리, "안 시장이 테이블의 벨을 눌러 메모지를 갖다달라고 해 메모지를 전달했다"는 H카페 여종업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메모지를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메모지 확보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씨의 말이 사실일 경우, 안 시장이 이씨의 금품제공 의사를 알고 여동생의 집주소를 적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안 시장이 해외출장에서 귀국한 지난달 29일 여동생으로부터 돈이 든 굴비상자를 전달받고도 이씨에게 즉시 되돌려 주지 않고, 인천시 클린신고센터에 맡긴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안 시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인천시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누군가가 돈이 든 굴비상자를 보내와 클린신고센터에 맡기도록 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안 시장이 청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30일께 안 시장을 소환, 마지막 접촉한 날(8월24일) 이씨와 대화한 내용 및 이씨로부터 금품제공 전달의사를 받았는지, 여동생 집주소를 적어줬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추석 연휴기간에 A건설업체에서 압수한 장부 및 안 시장과 이씨간의 엇갈린 진술, 안 시장이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 수사 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면 수사방향이 정해지고 사건의 내용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안 시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