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 서예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검여 유희강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을 고향 인천이 아닌 강원도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본보 1일자 1면, 3면 보도)와 관련, 이 사업을 강원도에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지역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선주 전 인천예총 회장은 “인천은 근현대 시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였는데도 이런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지금은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면서 “이제라도 인천만의 색깔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특히 “인천출신으로 우리나라 서예계의 거봉으로 우뚝 선 검여 선생을 기리는 일을 고향 인천이 아닌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에서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이 사업에 무관심한 인천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또 다음달 출범하는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의 문화·예술 자산을 지키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이사장도 검여 기념사업에 시는 물론 각 문화·예술 단체가 연대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검여 선생의 기념사업과 함께 이번 기회에 인천출신 대표 문화·예술인과 그들의 예술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대 미술관 등 외형적인 틀만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넣을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아무 의미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실련도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은 “과거 인천의 화려한 문화·예술 자산은 오간데 없이 국제도시를 지향하고, 우리나라 관문도시라고 자랑하는 인천은 현재 문화불모지로 전락한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인천의 문예부흥을 꾀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야단이다. 이승후 재능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는 “여초 선생 서예관 건립사업을 강원도 인제군에서 벌이고 있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 검여 유희강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고,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인천의 문화·예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검여를 비롯한 주요 인물을 재조명하는 일에 시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