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주최하고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 등이 마련한 '2004 인천실버일자리박람회'가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행사로 변질돼 구인·구직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실버취업박람회가 열린 연수구 동춘동 인천중소기업 제품종합전시장 마당. 노인들이 취업박람회 참가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인들의 구직 열기가 높은 줄 알았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기념품과 간식을 얻기 위한 것.

만수5동에서 온 박모(72·여)씨는 “참가 신청서를 써 내면 선물 등과 바꿀 수 있는 종이를 준다”며 '기념품 증정권'이라고 적힌 노란색 쪽지를 보여줬다. 행사장 마당에는 수 십명의 노인들이 비누세트와 빵·우유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동네에서 환경지킴이로 일하고 있다”며 “동사무소에서 (행사장에) 나가라고 해 나왔다”고 말했다. 행사장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희망게시판'에는 취업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의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이 게시판 옆 부스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희망메시지를 쓰면 '돋보기 교환권'을 준다”며 노인들을 끌어모았다. 심지어 어떤 참가업체는 행사장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마련한 부스는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내년도 환경지킴이 사업에 참가할 노인을 이날 행사에서 접수했기 때문이다.

70대 한 노인은 “동사무소에서 취업박람회에 가지 않으면 환경지킴이를 할 수 없다고 했다”며 “동네에서 받지 여기까지 나오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구청 취업정보센터에서 나온 직원은 “취업박람회에서 내년도 환경지킴이 신청을 접수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늘 행사장에 나오지 않은 노인은 내년에 이 일을 못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시 관계자는 “기념품과 간식 물량이 한정돼 있어 참가신청서를 낸 노인에게만 주려고 빚어진 일 같다”고 해명했다.